올해 초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는지 모르게 세월이 훌쩍 지난 옛 친구들을 만났다. 각자의 삶으로 다른 지역에서 살다 보니 여태 만나기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죽지 않고 살다 보니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가 생겨 여태의 인생 이야기로 불꽃을 피울 수 있었다. 함께 모이는 날이면 <달무리>라는 노래를 개사한 우리만의 우정회를 꼭 부른다. ‘적만한 밤하늘에 달이’를 시작으로 ‘진주 우정회’를 부르며 끝낸다.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주에 사는 친구가 한 통의 문자를 보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년의 친구!

어떤 늙은 홀 애비 노인이 논에서 일하는데 그 앞에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저는 마법에 걸린 공주인데, 저에게 키스를 해주시면 저는 예쁜 공주로 변해 할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 드릴 거에요”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노인은 픽하고 웃더니 키스는 커녕 개구리를 주머니 속에 집어 넣어버렸다. 개구리는 깜짝 놀라 왜 주머니에 넣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노인은 “너도 내 나이가 되보면 그림의 떡인 예쁜 공주보다는 오히려 말하는 개구리가 더 필요할거야”라고 답했다. 친구가 귀해지는 은퇴기에는 이야기 할 상대가 더욱 필요해진다. 노인이 예쁜 공주보다 개구리를 선택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한 사람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친구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어진 삶을 멋지게 엮어가는 위대한 지혜는 우정입니다. 신은 인간이 혼자서 행복을 누릴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행복은 친구가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주위 사람들을 칭찬하고 자신도 이웃과 친구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야 인생이 훨씬 아름다워집니다. (중략) 만나면 기분 좋은 당신!나도 기분 좋은 당신의 영원한 친구로 남길 바라면서.

어디선가 한번쯤 읽어 본 듯한 줄거리지만,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다. 하도 긴 문장을 작성하느라 고생한 친구의 정성이 고마워서 쉽게 이 문자를 지우지 않고 가끔 보면서 옛 친구들의 향수를 되새겨 본다.

국어사전에 기록된 친구는 ‘1.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2.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등으로 기술되어 있다. 친구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와 “좋은 친구가 없는 사람은 뿌리 깊지 못한 나무와 같다” 등 수없이 많다. 확실한 것은 혈연(뿌리)을 제외하고는 역시 오래 삭힌 장맛이 좋듯이 오랫동안 사귄 친구가 제일 좋고, 학교 동창, 동문, 군대 동기, 직장 및 동우회 동료, 그리고 같은 연도에 태어난 동갑내기 등, 왠지 친숙함이 묻어나는 단어들도 많이 있다. 환갑의 나이는 주변에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기분이 좋아지는 때인 것 같다.

올해 처음으로 경비실에 근무하는 내가 느끼는 감정 또한 색다르다. 새로운 학교생활을 하는 신입생들과 재학생들의 밝고 힘찬 모습,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바라다보면 “가정의 달” 5월에는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가르쳐 주신 많은 분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인연을 맺고 오랫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하기 당부하고 싶다. 부산대학교 모든 구성원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고 올 한해 꿈꾸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축원 드린다. 마지막으로 위의 문자를 보내준 내 친구에게도 감사하면서.

“나두 사랑한데이~친구야!죽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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