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시선 사설
정권이 대학의 자유를 그저 주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가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다. 다른 선거와 달리 전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바람에 급작스럽게 치르게 된 선거이고, 그러다보니 선거운동기간도 다른 선거에 비해 무척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여러 집단과 세력이 이 기회를 이용해서 후보에게 각자의 주장과 요구를 제시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가 후보의 입을 통해서 발설되도록 애쓰기도 한다. 이런 세력과 집단 중에는 사적·경제적 이익을 주로 추구하는 이들도 있고 주된 관심사가 공익인 이들도 있다. 어느 쪽이건 이런 기회에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를 펼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오히려 사회의 여러 방향에서 나오는 욕구와 불만을 모처럼 햇빛 아래 펼쳐놓고 서로 공개적으로 경쟁할 기회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대학과 대학인은 이 선거 국면에서 후보를 향해, 그리고 우리 사회를 향해 어떤 주장과 요구를 내놓고 있는가?
 
탄핵을 당한데 더해서 이제는 중대한 범죄의 혐의를 받고 영어의 몸이 되어있는 전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당시, 이 나라 대학과 대학인이 당했던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며 모욕적인 대우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권력자의 맹목을 기화로 이 나라 대학을 파탄으로 내모는 설익은 구상을 대학과 대학인에게 강권하던 관료들의 행태는 그 권력자가 파면을 당하고 영어의 몸이 된 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학인들도 맹목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 부화뇌동해서 사사로운 이득을 취하는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어 대학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런 야만의 시대를 살다보니 우리 부산대학교는 故고현철 교수를 잃는 가없는 아픔까지 겪었다. 그런데, 모두가 제 주장과 요구를 내놓고 있는 선거 국면에서, 부끄럽지만, 이 나라 대학과 대학인이 적폐를 일소하기 위해 무슨 구상을 내놓았다는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대학인들이 정권이 바뀌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고 한다.
 
이런 태도로는 이 나라 대학의 적폐를 청산할 수 없고, 대학의 자유와 자율성을 찾아올 수 없다. 대학의 자유와 자율성은 대학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학 밖의 힘이 허락하거나 청부한 학문만 해서는 대학이 민족과 국가, 더 나아가서는 인류사회를 위해 수행해야 할 기능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 나라에서도 대학의 자유는 오랜 기간 대학인들이 싸워서 얻은 것이고 그이들은 지금도 대학 밖의 세력들과 끊임없이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다 잘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 대학인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입으로는 효율을 섬기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대학과 대학인을 수족으로 부릴 꾀만 내기에 바쁜 관료들은 물론이고 어느 당파건 새로 집권하는 세력도 결국 대학 밖의 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대학의 자유와 자율을 지키는 노력을 한시도 멈출 수 없다. 권리 위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오래 전 어느 서양 법학자가 한 말이다.

부대신문  press@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대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