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 입학 후, 스펙 쌓기에 열심이었다. ‘하고 싶은’ 게 아닌 ‘해야 할 것만 같은’ 일을 하면서 쉬지 못하게 옥죄었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지금은 휴학과 졸업유예를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취업’과 연관돼있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스펙을 쌓아야 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니까. 이는 비단 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친구는 외국에 나가겠다는데, 이유가 이 나라에서 경쟁하는 게 싫어서란다. 외국에서 먼저 경력을 쌓고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평생 살아온 나라에서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토로한다.
 
“너무나 미안하다” 이러한 이야기 끝에 교수님께서 꺼낸 말이다. 그는 학점과 스펙 걱정 없이 대학생활을 보냈단다. 그러다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직업을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학생들은 지금 공부나 스펙 채우기로만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단다. 대학생활을 즐기라고 쉽게 말도 못 하겠고, 그 현실이 한탄스럽단다. 자기 세대만 좋은 날을 누린 것 같다고 미안하단다. 아마 교수님은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에게 미안하다고 하신 게 아닐까.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 됐다. 54만 3,000명,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대졸 이상 실업자 수에서도 드러나듯 많은 청년은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제19대 대선이 일주일여 남았다. 언론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그 중 청년 취업 분야에 가장 눈길이 간다. 후보들은 앞다투며 청년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혹자는 일자리 81만 개를, 또 다른 이는 110만 개를 약속했다. 중소기업 초임을 대기업의 80%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각 후보의 방안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방향은 비슷하다. 노동시간을 조율해 비정규직 인원을 축소할 것이며, 청년에게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 훈련수당이나 구직수당을 지급하면서 취준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관련 공약은 후보들의 주요 공약 중 앞쪽에 배치돼있다. 그만큼 청년 실업이 심각해졌음을, 시급히 해결해야함을 보여주는 것일 테다. 이러한 일자리 공약은 청년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차기 대통령은 청년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다짐이, 청년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이 그저 표를 얻고자 하는 말이 아니었으면 한다. 여태껏 청년 일자리를 약속했던 이들과는 달랐으면 한다. 여태껏 약속만 있었고 실제로 달라진 것은 없었기에. 어른들은 안정된 취업을 위해 공무원 준비를 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시생이 되긴 싫다. 어쩌면 철없어 보일 테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고 싶다. 잠이 많은 탓에 밤 12시가 지나면 졸음이 쏟아진다. 때문에 야근이 계속되는 일상대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싶기도 하다. 너무나 바라는 게 많은 걸까. 그런 바람은 이미 욕심이 돼버린 지 오래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는 일이,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일이 더 이상 어려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일주일 뒤 미소를 띨 그대에게 꼭 당부하고 싶다.
 

신우소 편집국장danbi@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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