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혈단신으로 한국행을 택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주로 파키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에서 건너와 부산 녹산공단, 신평장림공단 등에서 일하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으나 이주노동자는 주?야간 교대로 12시간을 혹독하게 일하며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사상구 괘법동에 위치한 아시안 마트 길거리에서 파키스탄 이주노동자를 만나보았다.


  파키스탄에서 온 우스만(26) 씨는 현재 직업이 없다. 얼마 전까지 장림동 무지개 공단에서 일했으나 고용주가 월급을 주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려 길거리로 내몰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텅 빈 지갑을 보여주고 문서 한 장을 꺼낸다. 그 문서는 부산지방노동청에서 발행한 것으로 오는 7월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로 간주된다는 내용이다. 그는 현재 하루에 한 끼를 먹고 있고 지금까지 10kg이 빠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차힐 아바스(25) 씨는 왼손과 팔목을 다쳐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금처리를 하다 강한 산성의 독소가 피부에 튀어 몇 달 간 병원신세를 졌다. 하지만 공장 사장님은 계속 일을 할 수 없는 아바스 씨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보상 한 푼 받지 못한 채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어를 잘 할 줄 모르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사장이 강요하는 서명을 한 후 노동력을 착취당한다고 주장한다. 아바스 씨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자리가 필요한 곳에서조차 무조건 거절을 당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한다. 말로만 ‘안전제일’을 외치고 있지 실상은 이와는 다르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김수헬 씨는 "열악한 작업장은 외벽에만 ‘안전제일’이 부착되어 있을 뿐 그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은 없다"고 하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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