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동물생명자원과학) 교수

  일만 년 전 인간은 사냥과 채집으로 생활을 영위하였다. 사냥하기 위해서 먼저 먹이가 되는 동물들의 행동에 합치시키는 방향으로 자신의 행동을 적응시켜 의사소통이 가능한 동물들을 조종하고 길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길들여진 동물들은 인간의 보호 하에 번식하고 육성되었으며, 용도에 따라 농용동물, 실험동물, 반려동물, 애완동물들로 구분되어 인간의 생활과 깊게 관계를 맺어왔다.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동물의 야생 형질은 개량되었고, 새로운 사육환경에 적응되어야 했다. 젖소의 우유생산능력과 닭의 산란능력이 향상되었고, 소와 돼지는 체형을 개량하여 고기생산량을 많게 하였다. 동물영양학의 발달은 동물들이 최대의 생산능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 요구량을 정하여 필요 이상의 사료공급을 제한하였다.


  축사시설의 현대화는 축사 내에 동물들을 최대로 수용하여 생산을 성력 화 하였다. 닭은 케이지에 가두어 사료급여, 계란수거, 계분처리를 자동화 하였으며, 젖소는 로봇을 채용하여 사료급여는 물론 젖 짜는 일까지 대신토록 하여 사람들을 노동에서 해방시켰다. 이처럼 동물들은 주로 인간의 복지를 위한 이용수단으로 취급되고 희생을 강요받았다.


  최근 소비자들은 속박 속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이 생산하는 축산식품보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사육되며 생산하는 축산식품을 더 선호한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축산식품의 생산과정과 생산방식이 얼마나 친환경적인 것인가에 있다. 그래서 동물복지형 축산물은 일반축산물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젖소에게 클래식을 들려주면 젖 생산량이 증가하고, 닭장에 리드미컬한 소리를 들려주면 스트레스가 줄고 생산성이 향상된다. 이러한 환경조성이 축산물의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듯이 동물들도 좋은 환경 속에서 품질이 좋은 축산물을 생산 할 것으로 믿고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동물들의 5대 자유를 규정하여 굶주림과 갈증, 불편, 통증, 질병, 두려움으로부터 정상적인 행동과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였다. 그 주요골자는 동물들의 건강과 정상적인 기능발휘, 심리적 안정, 본래의 습성에 따른 환경제공 등으로 요약된다.


  세계적으로 동물복지를 제도화하고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이다. 인간존중과 생명사랑을 근간으로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동물들 본래의 습성과 건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친환경적인 과정을 통하여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식품을 생산하려는 동물복지산업은 인류가 지향하는 미래 산업이 될 것이다. 앞으로 동물복지를 앞세운 축산식품이 시장 차별화의 바람을 몰고 올 전망이다. 동물복지시대에 부응한 관련 산업의 창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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