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와 다름없이 여러 취재처를 다니다가 약대 재건축 사업이 건립 부지가 확정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본부는 부지를 양산캠퍼스로 하길 원했고 약대는 반대했다. 본부가 왜 양산캠퍼스를 원하는 지 궁금해 취재원에게 묻자, 취재원은 많은 말을 늘여 놓았다. “의 생명 특성화”···“우리 학교의 발전”···“공간 확보” 등 많은 이유를 댔다. 마지막엔 상식을 말하며 약대가 양산캠퍼스로 가는 것이 옳다고 얘기했다. 설득력 있는 그의 말을 다 듣고 문을 나서면서 이상하게 기분이 찜찜했다. 설득당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아님 무언가를 놓친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을까. 여튼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쪽의 입장만을 들을 수 없기에 약대를 찾아갔다. 약대의 얘기를 들으면서 놓치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전 당사자인 약대의 사정이었다. 약대는 재건축 부지가 이미 장전캠퍼스로 협의된 상태에서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학교가 말하는 발전에 약대가 제외된 것 같았다.

발전이라는 말은 다른 이들의 입에서도 나왔다. 지난주 지역 일간지에서 양산시가 우리 학교 약대를 양산으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양산시는 시의 개발과 발전을 위해 약대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오는 12일 재보선 경남도의원 보궐선거를 앞둔 후보들에서도 똑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양 후보 모두가 약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도 이유는 양산시와 비슷했다. 개발과 발전을 운운했다. 겉으론 그럴듯하지만 한편으론 시, 도의 발전을 위해 단과대학 하나를 달라니 웃기는 소리다. 단과대학, 그것도 국립대의 단과대학을 마치 당신들의 것 마냥 옮기니 마니하는 것이 한심했다. 또한 이들이 이전을 한다고 해도 권한이 없기에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본부를 찾아가 이전해달라고 말하는 것밖에 없다. 결국 이들의 얘기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날리는 공수표이다.

이 상황에서 본부는 저 밖의 요구를 반대하지 않고 이미 진행된 공사를 뒤엎어 버렸다. 또한 양산캠퍼스 이전 계획에 대해 약대 이용자뿐만 아니라 학생 전체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며 공론화한다고 한다. 이전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어떤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사를 지연시킨다는 위험을 안고 굳이 공론화를 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공론화할 것이었으면 당초 공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했었어야 했다. 그게 바람직하다.

약대 학생들을 취재하며 양산캠퍼스 이전에 대해 물어봤다. 한 학생이 작년 말 약대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약대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당시 설문조사에서 반대하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약대 학생들의 요구는 반대였지만 본부는 이러한 반대 요구에도 양산캠퍼스로의 이전을 관철하려 한다.

몇몇 사람은 양산캠퍼스의 유휴부지를 방치시키는 것보다 약대를 이전시켜 발전을 도모하는 게 좋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대학이 기업은 아니지 않는가. 고상하고 뻔한 얘기라고 할 수 있지만 대학은 ‘가르치고 연구하는’ 곳이고 가르치는 교수와 연구하는 학생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교직원으로 이루어진 곳이잖나. 굳이 공사를 지연시키며 당사자들의 의견을 거슬러야만 하나. 대학은 대학의 구성원들을 위해 존재하고 이들을 위하는 것이 ‘상식’이고 ‘발전’이다.  

이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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