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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에 부쳐 - 기억하고 분노하고 사유하라!

 

2014년 4월 16일 이후 대한민국은 슬픔 없이 봄을 날 수 없게 되었다. 죽은 땅에서 생명들이 돋는 계절에 우리는 죄 없이 죽은 서러운 생명들의 슬픔과 한 몸이 되었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이들 중 304명의 무고한 목숨이 생을 잃었고 그들 대부분은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살았다면, 2016학번 대학 2학년이 되었을 젊디젊은 청춘이었다. 생명을 구하는 데는 무능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는 기민했던 정권이 부른 무고한 죽음이 어디 그뿐이었는가. 경찰의 물대포에 스러진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굴욕적인 한일위안부 협상에 분노하다 돌아가신 이순덕 할머니의 죽음이, 그리고 대학민주화와 사회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고현철 교수의 죽음이 ‘대한민국이 세월호’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무도하고 부패한 권력의 민낯을 증언한다. 그리고 1,073일 만에 인양된 세월호는 결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역력히 증명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을 나날이 위태로운 세월호로 만든 책임은 비단 수인(囚人)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권의 핵심 실세들 몇몇에 있지 않다. 부당한 권력의 명령에 순종하거나 그를 방조했던 이들 모두 우리 사회를 세월호로 만든 부역자들이다. 사회를 성찰하고 벼리는데 책임이 있는 대학 역시 이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돈을 앞세워 대학에 침묵과 굴종을 강요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교육보다는 정권의 구미에 맞는 정책을 강제했던 교육부도 이 책임으로부터 면죄될 수 없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예술인들을 식별했던 문체부만이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다. 총장직선제 폐지를 종용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태를 방기했던 교육부 역시 박근혜 정권의 유력한 부역자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모든 사태에 대해 교육부는 단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았으며 단 한 사람도 책임지지 않았다.

우리 대학은 故 고현철 교수의 고귀한 희생과 대학구성원들의 하나 된 저항을 통해 총장직선제를 지켜낸 유일한 대학이다. 총장직선제는 87년 민주화항쟁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의 결실이자 대학민주화의 증좌이다. 고 교수가 유서에서 총장직선제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수호이며 대학민주화가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고 선언한 것은 이 때문이리라.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대학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대학이라는 우리의 자부심은, 그러나 최근 전호환 총장이 김기춘 씨에게 보낸 부적절한 문건이 공개되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총장의 사과와 “총장 임명에 대한 간절한 마음”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그의 호소를 백번 이해한다 하더라도, 죽음을 불사하며 지켜낸 직선제 총장이 그 죽음을 부른 정권에 당당하지 못했으며, 한 학생의 지적처럼 “총장직선제의 명예를 훼손”하고 대학구성원들에게 자부심 대신 자괴감을 들게 한 과오는 면피되지 않는다.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박근혜 정권에 부역했던 이들의 한결같은 변명을 들으며 ‘악의 평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전범재판에 나와 유대인 박해는 히틀러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는 아돌프 아이히만을 보면서, 한나 아렌트는 그의 죄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사유의 무능”이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한 것”이라 개탄했다. 사유하지 않는다면 우리 누구나 아이히만이, 불의한 권력의 부역자가 될 수 있다. 세월호의 침몰과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뼈아픈 교훈이다. 그러니 세월호 참사 3주기에 즈음하여 꽃 같은 생명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는 다시 다짐해야 하리라. 이 모든 비극을 결코 지치지 않고 ‘기억하고 분노하고 사유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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