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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드라마의 변주는 왜?
  •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 승인 2017.04.10 23:56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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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트렌드를 말할 때 빠지는 게 있다. 바로 오피스 코드. 오피스 코드 드라마는 직장인들의 일상생활을 다루는데 주로 직장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를 다룬다. 이런 오피스 코드의 드라마가 다시금 유행하게 만든 장본인은 물론 드라마 <미생>이다. 이 드라마는 만화 원작의 힘 때문에 초반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무엇보다 사회 초년생의 직장 생활 적응기를 실감 나게 다뤄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대개 사회초년생들의 분투기라고 하면 대졸 취업생들의 이야기가 연상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생>은 이런 익숙한 내용과는 달랐다. 주인공은 고졸 신입사원이었는데, 바둑기사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취직을 한 경우였다.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사내 구성원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고졸 학력에 어떻게 신입 사원으로 입사할 수 있었는가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다. 이른바 고스펙자들이 계약직 사원에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은 대학을 다녀보지 않았다. 물론 젊은 인구 가운데 대졸 학력 소유자는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학력의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크게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미생’이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것은 이런 고등학교 학력의 소유자가 겪는 현실감 있는 내용이 중장년층에 폭넓게 공감대를 일으켰다. 이런 점은 젊은 층들을 대상으로 하는 트렌드 드라마보다 시청률의 외연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직장생활을 다룬 드라마들은 세 가지 유형이었다. 하나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유형이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도와주고 마침내 직장의 성공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이 와중에 로맨스는 필수 코드가 되었다.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본부장이나 이사들이었다. 비현실적인 환타지 코드 때문에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다른 하나는 기업 경영을 둘러싼 암투와 모략이 중심을 이루는 내용이었다. 사회적인 모순에 대한 의식 있는 비판이 가해지기도 했다. 드라마가 직장 생활의 고충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2007년 방송된 드라마 <막돼 먹은 영애씨>의 경우에는 주로 30대 여성의 직장 애환을 다루어 시즌 15까지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사회초년생을 벗어나 어느 정도 연차가 있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 것인데 좀 달랐다. 드라마 <직장의 신>은 만능 멀티플레이어가 등장해 사이다같은 맛을 주었지만,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판타지 코드가 더 강했다. 리얼리티 오피스 코드와는 달랐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김과장>은 그동안 오피스물의 종합버전이었다. 일단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이고 그는 사회 초년생이나 연차 있는 일반 사원이 아니라 간부에 해당하는 과장이었다. 이는 <미생>에서 과장이라는 중간 관리자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된 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캐릭터 설정인 것으로 보였다. <미생>에서 오상식 과장은 중간관리자로 조직의 부당한 의사결정에 대항하고, 부하직원들을 보듬는다. 그런데 김과장에서는 조폭 출신의 경력직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사실 직장인들 가운데 상당수 인원이 경력직임을 생각한다면 공감할 수 있는데, 사회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조직 폭력 집단의 획일을 보던 인물을 통해 공감과 대리만족을 이끌어낸다. 고스펙 사회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심정을 알 수 있으면서도 기존 조직 문화에 통렬한 저항을 하는 주인공의 분투가 통쾌함을 선사한 것이다. 물론 이 드라마의 해결방식은 비현실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대리만족에 그쳐야 한다. 또한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는 취준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주목할만했다. 영화 <오피스>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결국 연쇄 살인자가 되는 극 중 인물을 맡았던 고아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드라마는 잔혹한 복수극 보다는 유쾌 발랄한 방식으로 직장인들의 고충을 다뤄내고 있다.

이렇게 오피스 드라마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취업이나 고용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각박해지고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가운데 약자인 젊은 층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점들을 과연 정치나 정책이 어떻게 풀어낼지는 여전히 드라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개인이나 기업 자체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꼭 대기업만 등장하며 신분 상승 욕구만 반영하는 틀은 아쉽기도 하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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