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2년간, 극장가에서 <이터널 선샤인>과 <노트북>이 재개봉돼 흥행을 이루기도 했다

요즘 영화관의 상영작 간판에 이전에 개봉했던 영화들의 포스터가 게시돼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영화를 ‘재개봉 영화’라고 부른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들도 있고 VOD를 통해서도 다시 볼 수 있음에도, 재개봉 소식에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재개봉 영화를 선호하는 걸까?

극장가에 재개봉 바람 불어

재개봉 영화는 대부분 개봉 당시에도 명작이라 불린 작품이거나 첫 개봉 때는 흥행을 하지 못했지만 후에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재개봉 영화가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네 차례 상영된 <사운드 오브 뮤직>(1965) 등의 영화는 이전부터 재개봉돼왔다. 그러나 불과 2년 사이에 <아비정전>(1990), <클로저>(2004) 등 다양한 영화들의 재개봉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2016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재개봉 영화 편수와 관객 수가 △2013년 34편, 약 44만 명 △2014년 65편, 약 37만 명 △2015년 45편, 약 79만 명 △작년 90편, 약 134만 명으로 4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2015년에는 재개봉 편수가 2014년에 비해 줄었지만 관객 수와 매출액은 월등히 높았다.
영화계에 재개봉 영화의 유행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이터널 선샤인>(2005)의 흥행 이후다. <이터널 선샤인>의 경우 처음 개봉했을 때는 관객이 17만여 명이었지만, 2015년에 재개봉했을 때는 31만 5천여 명으로 흥행을 일으켰다. 이어 작년에 재개봉한 <노트북>(2004)도 18만여 명의 관객을 얻으며 <이터널 선샤인>과 더불어 <2013년~2016년 재개봉 영화 관객 수 상위 10위>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영화관에서 즐기는 옛 영화의 향수

대중들은 재개봉 영화의 매력으로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음’을 꼽았다. 작년 한국영상자료원의 <재개봉 관람조사>에 따르면, 주로 재개봉 영화를 보는 관객은 △예전에 그 영화를 극장에서 봤던 관객(49.7%) △그 영화를 보긴 했지만 극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관객(33.9%) △소문만 듣다가 처음으로 본 관객(16.4%) 순이었다. 곽찬양(서울시, 26) 씨는 “PC나 모바일로 보는 것보다 큰 스크린을 통해서 봐야 영화 특유의 느낌이 산다”며 이유를 말했다. 이어 김준혁(신문방송학 16) 씨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모바일로 먼저 보고, 재개봉 되고 나서 영화관에서 봤다”며 “영화관에서 봤을 때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재개봉 영화를 보는 이유로 그 영화를 개인적으로 매우 선호함을 언급하기도 했다. 재개봉 영화는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상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나나(서울시, 31) 씨는 “처음 개봉했을 때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며 “10~20년이 지나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천인규(북구, 21) 씨는 “항상 마음속에 간직했던 영화를 영화관에 앉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또 다른 이유로 앞서 ‘소문만 듣다가 처음으로 본 관객’처럼 ‘그 영화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였다. 곽찬양 씨는 “최근에 재개봉된 <아비정전>을 보고 난 후, 배우 장국영이 출연하는 영화를 비롯해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재개봉 영화로 공급자도 웃음꽃

영화사·배급사들은 △홍보가 쉬움 △판권이 첫 개봉 영화보다 저렴함 △부가 매출(VOD) 수익이 높음 등의 이유로 재개봉 영화를 선호한다. 우선 관객의 수요 면에서 재개봉 영화는 기존의 팬층이 존재하고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에 영화사 오원 이준석 이사는 “보통 신작은 시사회와 입소문을 통해 홍보하는 반면, 재개봉 영화는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데다 대중들의 선호가 있어 홍보하기 쉽다”고 말했다.
또한 배급사의 영화 공급 면에서도 재개봉 영화의 판권은 일반 영화의 판권을 계약했을 때보다 저렴하다. 올댓시네마 김태주 실장은 “영화의 판권은 통상 6~10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며 “첫 개봉 당시 계약을 했던 경우에는 재계약이 쉬워 저렴하게 판권을 다시 얻을 수 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재개봉 영화는 극장에서 얻는 이익뿐만 아니라 VOD를 통한 다시 보기 서비스로도 이익을 얻는다. 작년 11월 영화진흥위원회 <8월 IPTV 및 디지털 케이블 TV VOD 이용 현황>에 따르면, <500일의 썸머>(2009)는 작년 6월에 재개봉되고 나서 8월 한 달 동안 다양성 영화 VOD 상위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태주 실장은 “영화가 재개봉이 되고 나면 VOD 가격이 다시 책정되기 때문에 부가 수익이 늘어난다”라고 전했다.

재개봉 영화에 비춰진
빛에 가려진 그림자

일각에서는 재개봉 영화가 작은 예술·독립 영화들의 입지를 좁힌다고 지적한다. 재개봉 영화들이 CGV의 ‘아트하우스’와 롯데시네마의 ‘아르떼’와 같이 다양성 영화를 위한 스페셜 관에서 주로 상영하기 때문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MBN>과의 인터뷰에서 ‘재개봉 영화의 열풍이 이어지다 보니 시장이 과열돼 작은 영화들끼리의 경쟁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준혁 씨는 “재개봉 영화의 상영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다양성 영화의 기회를 없앤다고 할 수 없다”며 “예술·독립영화의 자리를 뺏는 주요한 원인은 힘 있는 배급사를 등에 업어 기승을 부리는 상업영화에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터널 선샤인> 이후로 영화관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옛 영화들이 재개봉됐다. 올해도 재개봉 영화들이 잇따라 상영했지만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진 못했다. 재개봉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는 관람객이 통상 재개봉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1만 명을 넘지 못하기도 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지금은 재개봉 영화끼리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숨겨진 명작을 발굴하기보단 화제가 됐던 작품들로 치중돼, 처음 재개봉 영화가 가졌던 가치가 잊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태주 실장은 “재개봉의 특수성과 희소성이 없어지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장원 기자 mkij1213@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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