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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아니다
  • 황연주 기자
  • 승인 2017.04.03 14:37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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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본 영화가 생각난다. 고위직 공무원과 기업이 연계돼 저들만의 세상에서 사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 나와는 멀다고 생각했기에. ‘설마 정말 저럴까?’이런 생각이 한편에 자리했기에 웃고 넘길 수 있었다.

“사건이 명확하네” 서구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해녀촌 관련 기사를 찾고 나서 내가 한 말이다. 기사들은 모두 비슷비슷했다. 몇 십 년 동안 이어져온 갈등 끝에 법정 공방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내용. 취재 과정은 순탄했다. 서구청 관계자를 통해 서구청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서구청은 송도관광밸트 조성 계획에 따라 주변 환경 미화와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해녀촌을 철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후 몇 다리를 건넜지만 해녀촌 관계자와도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처음 연락했을 당시 취재원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별생각 없었던 것들이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다 무겁게만 다가온다.

이정향 구의원과 해변조합 비상대책위원회 양창훈 총무는 지난 30일 오후 3시에 만났다. 날이 좋았었다. 취재도 잘 될 것만 같았다. 직접 대면한 두 분은 반갑게 필자를 맞이해 줬다. 테이블엔 해녀촌 관련 자료가 무수히 쌓여 있었다. 첫 시작은 타 기사에서 들은 대로 흘러갔다. 매립되면서부터 시작된 갈등, 임시허용,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야기의 본질은 저 깊숙한 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특정 민간 기업을 대놓고, 정말 보란 듯이 밀어주는 구의 행태. 그 때문에 쫓겨나야 하는 해녀촌 주민들. 민간 기업이 당연하다는 듯이 수익성을 위해 구에 지원을 요청한 자료부터 해서, 그에 대해 긍정적을 넘어 적극적인 구의 답변까지. 해당 민간기업 관련 사업 자료를 훑어볼수록 답답함이 가중됐다.

답답한 심정을 껴안고 해녀촌으로 갔다. 바다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 생생한 현실에서 해녀촌이 발붙이고 있는 공간은 아주 협소했다. 해변조합 총무 분은 “작년에 태풍 차바 오고 다 날아갔습니다”하고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끄트머리만을 차지하는 해녀촌을 보자, 주변 환경 미화를 헤친다는 서구청의 근거가 터무니없이 다가왔다. 해녀촌 한 자리에 앉아 계셨던 현직 해녀 분에게 간단하게나마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이도 있으니까 몇십 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해녀 분의 막막한 심정이 목소리에 배어 나왔다.

취재를 끝마치고 신문사를 가는 내내 머릿속을 배회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끝내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내일도 오늘처럼 살아가기 위해, 한 시민이자 국민으로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그들은 보이지 않는 걸까. 그들의 목소리는 왜 듣지 않는 걸까. 딱히 정의롭지 않은 필자가 보기에도 이건 아닌 거다. 어떻게 생각해도 잘못된 일이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거라 생각했던 일이 버젓이 행해졌다. 구가 행하는 행정은, 해녀촌이 맞닥뜨린 위기는 현실이었다. 필자가 본 영화에서 힘없는 그들이 승리했는지, 끝내 억눌려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현실에선 그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승리해야 한단 것이다.  

황연주 기자  march1968@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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