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겨우내 많은 것들을 준비했건만 역시 사람 일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과 달리 흘러가거나, 틀어지기도 한다.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은 반면교사 삼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기 위함이다. 일개 학생도 한 달을 거치면서 바꿀 사항이 많은데, 학생회는 오죽할까. 이런 추측은 군기 문화로 논란되던 학과가 행사를 폐지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선명해졌다. 하지만 틀어진 일인지도 모른 채 ‘자신’만 가득한 학생회도 있더라. 바로 ‘PRIDE IN U’ 총학생회다.
 
그들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부터 드러났다. 이 회의에서 총학생회는 복지국과 교육교류국을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는 비슷한 목적을 가지는 특별기구 복지위원회와 대학교육위원회의 폐지가 전제된 것이었다. 달라진 환경에 따라 회칙도 개정하기로 했고 새로운 국들에 예산을 편성 했다. 물론 예산안에 폐지기구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대의원총회에서 각 국장이 인준되고, 회칙이 개정되고, 예산안이 통과됐다. 뜻하는 대로 착착 이뤄진 것이다. 모두 그들의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올바르지는 않았다. 하나의 가정을 해보자. 만약 회칙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회칙 개정 논의가 끝난 후 특별기구와 총학생회의 예산안 심의가 이뤄졌다. 개정되지 않은 회칙에는 특별기구가 존재한다. 그런데 예산 편성은커녕 구성원조차 없다. 유사한 각 국들이 이미 예산과 인력을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엉망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칙이 통과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하자가 생깁니다. 회칙이 꼭 통과돼야 합니다’며 대의원들에게 강조라도 해야 했을까? 혹 이 형태가 협박처럼 여겨진다면, 애초에 올바르게 진행했어야 했다. 회칙 개정이 먼저 이뤄지고, 그를 바탕으로 예산안과 인력 편성을 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대의원들을 소집해 예산안을 확정지 어야 했다. ‘대의원총회가 무사히 끝나지 않았느냐’는 자위는, 그저 결과론일 뿐이다.
 
뒤바뀐 절차에 대해 총학생회는 ‘효율’과 ‘편리성’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심지어 총학생회장은 “어떤 회칙이 효율성 등의 문제가 있다면 바꿀 필요가 있다”까지 말했다. 회칙에는 ‘총학생회 회원인 학생은 회칙을 준수하고, 운영 전반에 관해 알 권리를 가진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그들 앞에서 회칙은 거치적거리는 종이 몇 장이었다. 마땅히 이뤄져야 할 절차가 생략되거나 뒤죽박죽이어도, 그들의 ‘편리’ 앞에서는 그 어떤 조항도 제 의미를 다 하지 못한다. 의결기구 위원들이 이러한 총학생회의 자만을 막을 수 있었다만, 아쉽게도 그들은 총학생회가 잘하고 있다는 ‘선동’밖에 심어주지 못했다.
 
현 총학생회는 출마 당시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한데 그 자긍심은 총학생회 스스로에게만 적용되나 보다. 심지어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의결기구들이 ‘자긍심’을 더 굳건히 지켜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환상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착각 속에 빠진 채 남은 8개월을 보낸다면 결과는 뻔하다.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프라이드’는 지켜질 것이다. 언론을 향해 나쁜 일만 집중 조명한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의도가 의심된다고 서슴지 않게 내뱉으며 이미 지키고 있지 않은가. 오로지 그들만의 ‘프라이드’ 말이다.
 
박지영 대학·문화부장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