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캠코더에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 ‘문영(김태리 분)’은 항상 혼자이다. 폭언을 일삼는 아버지를 피해, 문영은 집에서조차 방문을 걸어 잠그며 세상과의 문도 굳게 닫았다. 추운 겨울, 술주정하는 아버지를 피해 밖으로 뛰쳐나온 문영은 전남자친구와 울며 다투는 희수(정현 분)를 몰래 촬영하다가 들켜버린다. 촬영한 영상을 구워 달라며 요구하는 희수와 문영은 골목에서 추격전을 벌이면서 서로 엮이기 시작한다. 비밀을 간직한 채 입을 닫아버린 문영과 천진난만하지만 무엇인가 감춘 희수는 점차 서로의 특이하면서도 비슷한 면에 끌린다. 희수는 홀로이던 문영의 일상에 들어와 문영의 마음에 들어가게 된다.
  문영은 캠코더에 희수의 모습을 담기 시작한다. 문영보다 10살 많은 희수는 항상 천진난만하게 무뚝뚝한 문영에게 말을 건넨다. 문영은 그런 희수를 눈으로 좇으며 무심한 듯 영상으로 담아낸다. 문영은 말 대신 눈빛으로 희수와 이야기한다. 희수의 권유로 맥주에 입을 댄 날, 문영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수첩에 써내려간다. 그리고 희수에게 항상 사람들의 영상을 촬영하는 이유를 털어놓는다. 문영에게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지만 가장 하고 싶던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문영이 스스로 치부로 여겨오던 것이었다. 이 장면은 희수가 문영을 처음 만난 날, 문영에게 ‘함부로 남의 치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다그치던 장면과 오버랩 된다. 희수도 문영과 마찬가지로 남에게 말 못할 치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서로 똑같이 치부가 드러난 그들은 서로의 치부를 보듬어주는 존재가 된다.
  항상 카메라 앵글로만 세상을 보던 문영은 마음의 문을 두드려준 희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손에서 놓지 못하던 캠코더를 내려놓고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문영은 드디어 세상을 향해 처음으로 자신의 온전한 목소리를 내는데 성공한다. 과거의 미련을 끊어낸 문영은 희수에게로 와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용기를 냈던 일을 이야기 한다. 이때 처음으로 문영은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은 희수에게 ‘언니와 함께라면 불안한 미래도 아무래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는 듯 했다.
  영화 <문영>은 다양한 비밀로 자신을 꽁꽁 숨겨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사람들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거나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등 자신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한다. ‘다른 사람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할 거야’라거나 ‘내 고민을 말하면 나를 떠날 것이다’라는 불안한 마음에 쉽게 입을 떼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믿지 못한 채 스스로 입을 굳게 닫아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자신의 비밀을 치부로 여겨왔어도, 가장 소중한 한 명에게 털어놓으면 세상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는 우연이든, 서로의 첫인상이 안 좋았든, 누군가를 믿기 시작한다면 자신을 가두고 있던 문을 열어줄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은 문영이는 자신만의 방에 갇힌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있다.

<문영>(감독 김소연|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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