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 및 복리 증진,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겠다고 선서했다. 그러나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은 그가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으며,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했다고 파면을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년 전 국민 앞에 했던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국민을 기만한 공약(空約)이 된 것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개성공단 폐쇄, 일본과의 굴욕적 위안부 협상 등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실정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70년대식 반공주의와 비민주적 불통의 권위주의를 21세기 대한민국에 관철하려한 시대착오적 인식의 결과물이다. 4.16 세월호의 비극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여실히 증명하듯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국민의 고통과 호소에는 무감한 반면 기업을 압박하거나 문화마저도 사익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에는 예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년 간 보여준 정치는 국민의 뜻을 받들고 공공의 뜻과 이익을 위해 헌신하기보다는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면서 자기와 측근의 실리를 챙기는데 급급한 것이었다. 불행한 사태이긴 하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은 그러므로 사필귀정이며 그가 스스로 초래한 비극이다.

오는 5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는 진정 굽은 것을 바로잡는 중요한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이전의 어느 대통령보다 더욱 힘겨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이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불통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저항으로 일어난 것이기에 새로운 대통령은 이 같은 국민의 분노를 달래고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며,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에 헌신하는 막중한 책무를 부여받았다. 참된 지도자는 의로운 사람으로부터도 칭찬을 받고 도둑으로부터도 칭찬을 받을 수는 없다고 했다. 곪은 곳을 수건으로 덮는다고 상처가 낫지는 않는다. 도둑을 벌하고 과감히 환부를 도려내며 새 살을 돋게 하는 일에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욕도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재임기간 중 모든 것을 이루려는 욕심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세운다는 마음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의 리더십과 자신을 버리는 성찰의 리더십 역시 갖추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통해 대학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요구를 청취하고 이를 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충분히 듣고 최대한 수렴해 대학의 장기적 발전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이를 과감히 수행해 나가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된다. 녹록치 않은 대학 밖의 현실과 다양한 요구가 충돌하는 대학 안의 현실 속에서 대학을 운영하는 이들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구성원의 뜻을 모으고 신중히 판단하는 덕목이 요구된다. 결정은 태산처럼 묵직하되 행동은 곰처럼 우직할 것, 2017년 봄을 맞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부산대 구성원으로서 국가와 대학의 리더십에 던지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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