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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서 마주한 세상

지난 겨울 방학동안 신들의 땅이라는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나를 포함한 일행 넷이서 현지 네팔인 가이드 그룽과 포터를 대동하는 15일짜리 에베레스트 쿰부 지역에서의 트레킹 코스를 구상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지난 학기 막바지의 내 머릿속엔 무작정 저 멀리 어디라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들이 가득했었다. 떠나고 싶었다.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저 멀리 인식의 세계를 달리하는 어떤 곳인가에 아무렇게나 이르러 이곳에서의 일상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산과 들이 변하고 사람도 풍경도 음식도 바뀐다면 나도 뭔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나 네팔이라는 생소한 나라를, 히말라야라는 설산의 세계를 마주하게 되리라 상상치는 못했다. 이는 그곳을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품고 있었던 어느 일행의 덕택이었다. 평소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와 같은 이름을 듣거나, 각종 매체를 통해 그곳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나는 그곳을 엄홍길 같은 대장들이나 가는 곳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내가 가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일행은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하기에 앞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이틀 밤을 묵으며 가이드와 함께 침낭과 스틱을 대여했고 아이젠과 물병을 구입했다. 그리고 대망의 출발일. 우리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짐을 꾸렸고 경비행기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활주로를 보유한 루클라 공항(2,840m)을 통해 에베레스트 일대로 들어섰다. 기온은 확실히 떨어져 있었고 저 멀리에는 드문드문 설산이 보였다. 그 길로 시작된 여정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히말라야의 하늘은 첫날부터 우리에게 거친 폭우와 눈보라를 선물했다. 4일차 아침에는 일행 중 하나가 힘듦을 호소하며 하산했지만, 남은 우리는 고도를 높이기를 거듭했다. 강렬한 자외선을 내뿜는 햇빛, 씻지 못하는 상황, 부실한 밥 등과 가파른 오르막도 물론 힘들었지만 그보다 심한 고통은 추위였다. 걷는 와중에 조금씩 쉴 때면 금세 땀이 식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4천, 5천 고도를 높일 때나 특히나 침낭 안에서 잘 때면 이가 떨릴 정도로 추웠는데, 그 와중에 줄어든 산소 탓에 숨쉬기가 힘들어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히말라야에서 마주한 세상은 고귀하고 아름다웠다. 수목한계선을 지나자 주위엔 눈과 얼음, 빙하, 바위가 전부였고, 에베레스트를 조망할 수 있는 칼라파타르(5,670m)나 고쿄리(5,360m) 정상에서는 이곳이 신이 영역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방을 둘러싼 설산과 구름, 아래로 보이는 아찔한 고도감은 나를 절로 흥분케 했다. 고생스레 올라갔던 정상들엔 그만한 감격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고 내려올 수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요령을 피우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에 나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 나를 둘러싸고 있던 혼란을 줄이고, 그 자리에 고양과 행복을 채우고 말겠다는 다짐이 그것이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하다. 설산의 행렬이 펼쳐진다. 나는 어느새 그곳에 있다. 찬 공기와 바람, 선한 사람들, 하얗게 뒤덮인 세상, 우뚝 솟은 에베레스트와 로체 그리고 아마다블람! 야크떼가 보이고 스틱을 짚는 소리가 들리며 그룽이 내게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김진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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