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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존이 달렸어요” 첨예한 서구청과 해녀촌의 갈등
  • 황연주 기자
  • 승인 2017.04.03 03:52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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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서구 암남해변 해녀포장마차촌과 부산광역시 서구청의 해녀포장마차촌 철거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서구청은 작년 9월 암남해변 해녀포장마차촌(이하 해녀촌) 29명의 업주에게 10월 말까지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해녀촌 암남해변조합(이하 해변조합)은 작년 12월 박극제 서구청장을 상대로 행정대집행 계고 처분 취소를 청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에 지난 1월 부산지방법원 행정1부는 △행정대집행 처분이 해녀촌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침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음을 이유로 일정 기간 동안 행정대집행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서구청-해녀촌40년간 이어진 공방전

해녀촌은 해녀들이 바위틈에 앉아 물질해서 얻은 해산물을 파는 것에서 형성됐다. 해녀들이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중, 1978년 해변과 갯바위가 매립되며 문제가 발발했다. 군사 독재 정권 당시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갈 곳 없는 해녀들은 그 위에 파라솔을 펴서 장사를 이어갔다. 서구청이 불법시설로 분류되는 해녀촌을 단속하고 나면, 해녀들은 장사를 재개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해변조합 비상대책위원회 양창훈 총무는 “나잠업을 하는 공간인 육지에서 바다 50m까지는 해수부와 1년간 계약을 한다”며 “50m 공간을 전부 매립한 뒤 그 공간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해녀에게 보상을 해줘야 했다”고 말했다.

갈등은 1996년 서구청이 매립지에 노점상 잠정허용구역 구간으로써 567㎡에 29개소를 해녀들에게 주므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어 2000년에는 해녀들이 노점상 임시허용에 대한 내용이 적힌 각서를 썼다. 서구청 관계자는 “단속은 해야 하는데, 단속 때문에 해녀들의 생계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임시허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구청의 임시허용 이후 근 20년간 해녀들은 생계를 꾸려왔다. 그러나 작년 서구청이 해녀촌의 철거를 요청함으로써 갈등이 재점화 됐다. 송도~암남공원 일대가 △구름산책로 △해상케이블카 △송도시푸드밸리 조성사업 등을 통해 관광벨트화 될 예정이므로, 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해양 관광 센터 조성을 통해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며 “그에 따른 주변 환경 미화와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해녀촌 철거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서구청이 해녀촌 철거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2000년에 쓰인 각서와 해녀촌이 불법시설이라는 점 등이다. 각서는 총 14개 문항으로 구성되며 중요 문항은 10호다. 10호의 ‘당해지역이 추후 공공의 필요에 의거 철거하여야 할 경우 일정기간(30일내)안에 자진철거 하겠으며 어떠한 사후대책 및 보상도 요구하지 않겠음’이란 내용에 따라, 서구청은 해녀촌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서구청은 “해녀촌이 불법시설이기 때문에 관련 업주들도 언젠가 해녀촌이 철거된다는 사실을 예측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구청의 주장 합당한가

해녀촌 업주들과 해변조합은 관광 개발 이유로 서구청이 해녀촌을 철거하려는 입장을 반박했다. 최근 각 시도·군은 노점을 잠정허용하거나 그에 관한 조례 개정으로, 노점상의 생활권을 보장해주면서 노점상을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자원화하고 있다. 또한 부산시 서구의회 이정향 구의원과 해변조합이 2015년 7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녀촌 관련 글을 게재한 블로그는 약 4,000여 건에 달했다. 이정향 구의원은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 명물거리의 노점 개선사업을 추진했다”며 “서구에서도 충분히 해녀촌을 관광 상품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데도, 철거를 행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 30일 해녀촌을 찾은 관광객 A 씨는 “해녀촌에서 조개구이를 먹으면 가격대비 맛도 좋고, 바다가 보여 경치도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구청이 해녀촌 철거 이유로 제시한 △불법시설 △주차 공간 확보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불법시설에 관해선 서구청이 연도별 경과사항에 따라 해녀촌을 잠정허용구역으로 기록한 자료가 있다는 것이다. 이정향 구의원은 “20년 이상 해녀촌이 그 자리를 점용함은 서구청이 그 기간 동안 해녀촌 시설을 잠정허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도관광벨트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해녀촌 철거를 요청하는 것 역시 문제로 짚었다. 서구청이 기존 주차장과 해녀촌 철거 후 매립지에 만들 주차 공간 모두 송도해상케이블카 주식회사(이하 송도해상케이블카) 측에 제공할 예정이란 것이다. 이정향 구의원은 “송도해상케이블카가 필요한 주차 공간은 인근 부지를 활용하여 사측이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해녀촌 철거는 민간 기업 특혜 위해?

송도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위해 서구청이 해녀촌 철거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서구청에 보낸 행정지원 요청서에는 암남해변 주차장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5년 7월 송도해상케이블카 측에서 서구청으로 보낸 ‘송도해상케이블카 민자사업 행정지원 요구사항의 건’에는 <민자사업 추진에 따른 행정 지원 요구 사항>이 적혀 있다. 이는 △케이블카사업 수익성 부족에 따른 보완 대책 △케이블카사업의 중·장기적 활성화 대책 △운영개시 20년 후 민자 투자자가 케이블카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는 방안 보장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송도해상케이블카는 △남항대교 하부와 암남공원 주차장 등의 무상사용 △암남공원과 송림공원의 정비, 개발, 사용할 수 있는 방안 강구 등을 요구했다. 이에 서구청은 ‘지원가능 범위 내에서 적극 지원 하겠다’라는 내용을 담아 회신했다. 이정향 구의원은 “서구청이 민간 기업의 무리한 요구들을 수용했다”며 “이것은 송도해상케이블카에 이권을 주기 위해 해녀촌을 철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송도해상케이블카 복원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구청이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닌, 송도해상케이블카 특정 업체의 편의를 위한 행정을 했다는 것이다. 양창훈 총무는 “현 송도해상케이블카 사장은 이전 서구청 도시관광 국장”이라며 서구청의 특혜의혹을 설명했다. 이어 “서구청은 관광객 유치보다 송도해상케이블카의 이익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황연주 기자  march1968@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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