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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진화를 위한 제언
  • 박세정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7.04.03 21:37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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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는 정치가 국민의 고통과 애환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과 정치인들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다툼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의 틀이 잘못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정치가 작동되는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다수결 주의라 부르고 다른 하나는 합의 주의라고 부른다. 전자는 말 그대로 다수의 뜻이 지배하는 정치구조를 의미한다. 다수결 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겨우 과반을 얻더라도 이 세력에게 정치권력을 집중하는 것이 결단력 있는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다수결 주의는 일반적으로 양당제를 기반으로 한 대통령 중심제에서 나타나는 정치모델이다. 이러한 정치시스템에서는 다수를 점하는 정치세력이 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에 야당은 다음 선거에서 권력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침묵해야 하고, 이들의 역할이란 집권세력의 문제점이나 실수를 드러내고 공격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합의 주의는 가능한 많은 정치세력의 뜻을 모아서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수결주의와 다른 점은, 합의 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부연하면, 다수주의를 받아들이되 면도날 같은 차이의 다수결보다는 가능한 다수의 규모를 최대한 넓히려고 한다. 합의주의는 정치인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여·야 관계없이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고, 폭넓은 동의를 지향한다.

다수결 주의는 과반이 아니라 단순 다수의 위치를 점한 정치세력에게도 권력을 집중시키는데 비해서 합의 주의는 다양한 방법으로 권력을 공유하려고 한다. 다수결 주의의 치명적 문제점은 배타적이고, 적대적이라는 것이다. 다수결 주의 정치모델이 작동하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인데, 경제적으로는 부국이지만 많은 사회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우선 빈부격차가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범죄도 세계 1위이다. 흑백 간의 갈등으로 인한 폭동이 종종 발생한다. 정치는 본래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고 있는 것인데 이 나라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왜? 정치 자체가 대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정치 파국이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 심하다. 대통령조차 정치적으로 해결 못하고 거리로 나선다.

합의 주의는 일반적으로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 내각제 국가에서 찾을 수 있는 정치모델이다. 다당제하에서는 대체로 특정 정파가 과반수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권하기 위해서는 정파 간의 연합이 필요하고, 연합을 위해서는 당연히 다른 정파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합의주의는 권력을 공유하는 구조이고 정파 간에 서로 뜻을 모아서 통치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협력적이며 설령 특정 정치 세력이 과반을 점해서 집권한다 하더라도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야당에게도 권력행사의 일정공간을 제공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합의주의 모델이 작동하는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들이고 매우 평화롭게 사는 나라들이다.
합의 주의 시스템 하에서는 정파 간에 소통이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이는 사회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정치에 대변되도록 만든다. 다수결 주의가 정치공간을 제한하는 구조라면 합의주의는 정치공간을 넓히는 특성이 있다. 합의 주의하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수결 주의보다 정치적으로 소외되는 집단이 최소화된다. 왜냐하면 합의 주의 모델은 다수결 주의 보다 상대적으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의 장에 더 잘 반영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는 오랜 기간 다수결 주의 모델이 지배해 왔다. 이러한 정치모델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심각한 투쟁을 조장하고 정작 국민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눈을 감게 만들었다. 또한 정치가 기득권 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도록 만들고 주변 집단, 즉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는 등한시 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러한 잘못된 정치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되었다. 소망하기는 차기 정권에서는 반드시 개헌이 성사되어서 정치를 선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세정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박세정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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