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꽃샘추위가 만들어낸 계절의 경계 속 봄을 느낄 새는 없었다. 추운 날씨 탓에 두꺼운 옷과 이불은 여전했다. 계속될 것만 같던 추위가 가셨다. 따스해진 지난 주말, 겨우내 입던 옷을 정리했다. 그간 쌓인 방안의 먼지도 털어냈다. 완연한 봄기운에 준비할 것도 정리할 것도 많다.

대한민국에도 봄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기 바쁘다. 촛불이 만들어 낸 봄, 만끽하긴 아직 이르다. 얼마 후 치러질 대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선이 처음이다. 떨린다.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니,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다. 따지고 보면 이전에도 선거를 해봤다. 작년 총선, 처음해보는 선거에 얼마나 떨렸던가. 필자가 투표한 후보의 당선을 바라면서. 그 날도 떨렸더랬다. 이번 대선은 유난히도 다른 느낌이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떨림도 있겠지만, 다시 겨울로 돌아가기 싫은 이유가 더 크리라. 겨울이 싫은 탓에 부담은 커져만 간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복잡하다. 어느 하나 완전한 것이 없다. 이웃 나라인 중국은 사드를 이유로 보복하겠단다. 한류를 막는 것도 모자라 한국 관광도 금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어떤가. 이해되지 않는 점 투성이다. 배는 인양을 준비하지만 진실은 아직도 숨겨져 있다. 한없이 답답하다. 청년 실업도 다르지 않다. 연일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눈앞이 깜깜하다. 이를 해결해줄 이를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43일이라는 급박한 시간에 걸러야 할 후보가 너무나 많다. 당내 경선은 4월에야 마무리된단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당장 후보를 결정짓고 비교하기에도 빠듯하다. 성격이 급한 탓일까. 각 후보의 공약을 매일 찾아보곤 한다. 그들이 앞뒤를 다투며 제시한 공약을 보고 있자면 마음만 더 마음만 더 급해질 뿐이다.

대부분의 대학생도 필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만의 첫 투표가 아니라 ‘우리’의 첫 투표일테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맘때 항상 들려왔던 정책이 있었다. 이를테면 군복무기간을 줄인다거나, 직장인들을 쉬게 해 준다거나, 대한민국의 모든 빚을 없애준다거나….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모두 혹할 만한 이야기다.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지만, 한 번쯤 꿈꿔봤을 만한 사안이다. 이는 후보자의 진심을 파악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 무엇을 할 것인가, 또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그것마저도 알기 힘들다. 우리의 첫 투표는 막막해지는 것만 같다.

어느 하나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도 단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의 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20대가 정치에 참여하면 대한민국은 달라진다’고 말한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막함 속 우리는 어떻게 대선에 임할 것인가. 어떤 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까. 허술한 검증은 우리를 겨울로 다시 내몰 것이다. 어렵게 찾은 봄, 겨울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제19대 대선이 변화의 시작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우리에겐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갑작스레 다가온 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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