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차별, 여성운동, 성평등··· 대학 내 여성을 말하다

역사적으로 우리 학교 여학생들은 부당한 여성차별을 타개하기 위해 여성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여성차별이라는 거대한 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 학교의 여성차별의 벽은 얼마나 높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또한 최근 성평등을 위해 활동을 시작한 여명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최근 대학 내에서 여성차별로 인해 여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라 고발되고 있다. 우리 학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성차별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학 내 여성차별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을까? 학내에서 여성차별의 발생지와 그 주체는 누구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부대신문>은 지난 22일부터 3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온·오프라인으로 총 462명의 재학생이 참여했다.

우리 학교 구성원 65% “대학 내 여성차별 있다”

 

대학 내에서 여성차별이 존재하거나 발생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462명 중 300명(64.9%)이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라고 답했다. 해당 응답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의 응답률이 차이를 보였다. 여학생은 전체 응답자 274명 중 71.9%(197명)가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라고 답했다. 반면 남학생은 전체 응답자 188명 중 54.8%(103명)만이 여성차별을 인식하고 있었다. 남학생의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에 대해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차별이 일어나는 경우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무시할 때’가 가장 높은 응답을 받았다. 생명자원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과 사무실에서 연구직을 뽑는데 ‘남학생 우대’라고 적혀있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주목할 것은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 ‘외모로 평가할 때’를 여성차별이라 인식한 비율이 적었다는 점이다. 부산 여성회 조영은 정치위원장은 “성폭력이나 성추행 같은 직접적 피해보다 외모 차별은 말로 이뤄지는 간접적 행위라서 인식을 잘 못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직접적인 피해 또는 가해 행위 외에는 여성차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양상도 드러났다. 많은 학생이 여성차별이라 생각되는 사례 중 △‘여자니까 밤길을 조심해야 한다는 식의 표현’ △‘남자 선배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여성차별이 아니라고 답했다. 전선영(화학교육 15) 씨는 “밤길 조심하라는 표현은 여성이 피하기 힘든 상황이므로 당연히 배려나 걱정하는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페미모임 월담 김예지 운영자는 “학생들이 여성차별을 여성을 미워하고 가해하는 행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여성을 남성주의 시각에서 보호하고 통제하려는 행위 또한 여성차별임에도 많은 사람이 이를 잘 모른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여성차별이 일어나는 이유를 두고 여학생과 남학생의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여학생은 ‘남녀불평등한 성차별적인 구조’를, 남학생들은 ‘왜곡된 성문화’를 가장 많이 꼽은 것이다. 이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임옥희 대표는 “남성은 여성이 제도적으로 누릴 것을 누리면서도 불리할 때만 여성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고 보는 경우가 있다”며 “때문에 성문화의 왜곡으로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생기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여성차별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대응하나

 

대학 내 여성차별은 주로 ‘온라인 및 SNS’와 ‘술자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차별이 있다고 답한 300명 중 128명(42.6%)이 ‘온라인 및 SNS 공간’을, 32%(96명)이 ‘술자리’에 여성차별이 주로 발생한다고 답했다. 온라인 및 SNS 공간 중에서는 ‘페이스북’이 58표(45.3%)로 제일 높게 나타났고, ‘각종 카카오톡 채팅방’이 49표(38.3%)를 얻으면서 그 뒤를 이었다.

학생들은 여성차별을 행하는 주체로 여성보다 남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여학생의 경우 197명 중 190.4%(78명), 남학생은 103명 중 84.5%(87명)가 남성에 의한 여성차별이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답했다. 또한 주로 ‘학생 구성원’과 ‘온라인상의 불특정 다수’ 사이에서 여성차별이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응답자 중 233명이 ‘온라인상의 불특정 다수’로 인한 여성차별이 발생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민수(아동가족학 13) 씨는 “온라인에서 여성을 성적대상화해 조롱하고 욕설을 퍼붓는 게시글을 보았다”고 답했다. 적은 수지만 ‘대학 내 교원’ 또는 ‘교직원’이 여성차별을 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자연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한 교수가 Y염색체는 X염색체에서 더 공정과정을 거친 염색체이기 때문에 남성이 더 우월하다는 표현을 해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대학 내 여성차별은 주로 ‘온라인 및 SNS’와 ‘술자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차별이 있다고 답한 300명 중 128명(42.6%)이 ‘온라인 및 SNS 공간’을, 32%(96명)이 ‘술자리’에 여성차별이 주로 발생한다고 답했다. 온라인 및 SNS 공간 중에서는 ‘페이스북’이 58표(45.3%)로 제일 높게 나타났고, ‘각종 카카오톡 채팅방’이 49표(38.3%)를 얻으면서 그 뒤를 이었다.

과반수의 여학생이 여성차별을 경험하거나 목격 시 소극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으로 고발한다’, ‘참고 넘긴다’는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여학생의 응답률이 남학생보다 13.9%p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차별을 참고 넘기는 이유로 B(의류학 17) 씨는 “차별 사실을 알리면 도리어 무차별 공격이나 해코지를 받을 것 같다”며 “지지보다 상처를 주는 말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지 운영자는 “한국 사회의 성이 남성을 기준으로 파생되다 보니 여성의 목소리가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여학생이 소극적인 대응을 택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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