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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세상
  • 박지영 대학·문화부장
  • 승인 2017.03.13 11:2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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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은 수업부터 인간관계까지 관리해야 돼 참으로 바쁘다. 이러니 직접 와 닿지 않는 일에는 무관심해진다. 생각해보면 누가 청와대에서 혼자 시크릿가든을 보며 저녁을 먹어도, 내 저녁이 학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국가 권력이 남용돼 누구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줬다고 해도, 내 주머니는 여전히 가볍다. 그래서 정치 사안은 뉴스 채널에 나오는 드라마 같다. 사람, 서사, 흥미 삼박자가 갖춰지니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을 뿐 완벽한 화면 너머의 이야기다. 모르고 넘어가도 세상사는 잘 굴러간다. 그렇게 믿는다. 아니, 믿었다.

모르지 않는 세상은 평탄치 못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 친구는 예술대학에 입학했다. 입학한 후 취업률이 낮은 학과라 통·폐합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시위도 해보고, 탄원서도 내봤지만 결국 친구의 학과는 폐과된다. 한 취재원은 자신의 생각을 예술로 가감 없이 표현했다. 생계가 막막해 예술인 지원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별 다른 이유 없이 탈락했다. 지인의 말로는 문화계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해, 정부에 반하는 사상을 표현하면 지원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광화문에서 만난 한 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딸은 진도 앞바다에 있는데 1,063일 동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참 소소했다. ‘취업률과 상관없이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거나 ‘어떤 주제든 예술로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었다. 아니면 ‘수학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온 딸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먹’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이들은 부단히 노력했을거다. 하지만 이런 그들을 비웃듯 화면 속 누군가는 특례로 입학했고, 국가 권력을 이용해 재단 사업비를 챙겼다. 다른 누군가는 7시간 동안의 행적을 숨기기도 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참 기뻤다. 재판관의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말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스스로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 정의, 주권은 멀리 있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왜 몰랐을까. 재판장과 거리에서 울고 웃는 사람은 친구와 취재원과 아버지였다. 그들이 바라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이고, 이가 이뤄지면서 정의는 실현된다. 그래서 지난 10일 이 나라는 큰 환호로 뒤덮였다.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 헛되지 않게 살았다’고, ‘그런 우리가 나라’라고.

만약 아직도 정치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대학생이 있다면 주변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한 친구는 경북 성주가 고향이라 사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생은 국정교과서 때문에 고등학교 입학식이 무산됐을 것이다. 어쩌면 본인이 아직 모르는 어떤 일에 휘말릴 수도 있다. 모르는 세상이 아니다.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물론 태평성대에는 임금이 누구인지 몰라도 된다고 하드만은, 여태 대한민국은 정반대의 상황이지 않았는가.

여전히 해야 할 일로 바쁜 대학생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정치 사안은 뉴스 채널에 나오는 주변의 이야기다. 모르고 넘어가서 잘 굴러가는 세상이 있을 리 없다. 그렇게 믿는다. 믿길 바란다.

박지영 대학·문화부장  ecocheese@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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