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에 찾은 부산광역시 금정구 남산동 ‘요산 문학로’.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에서 1번 출구로 나오자 문학로 입구임을 나타내는 큰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코너를 돌자 약 30m 정도의 긴 벽면에 요산 김정한 작가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그러나 이후 하늘 높이 걸린 가로등 책 조형물을 제외하고는 문학로와 관련한 어떠한 표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문학관을 찾아가는 길에 띄엄띄엄 벽화를 만나볼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주ㆍ정차된 차로 인해 가려져 있었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 A 씨는 “이곳이 문학로인지 몰랐다”며 “벽 좀 꾸며놓으면 문학로가 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난 1월 금정구청이 부산광역시 금정구 남산동에 ‘요산 문학로’를 준공했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요산 문학로’는 경상남도 동래(현 금정구 남산동)에서 태어난 요산 김정한 작가의 문학세계를 담은 문화거리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에는 김정한 작가의 생가와 문학관이 위치해있다. 금정구청은 이런 이점을 살려 2015년부터 행정자치부와 부산시의 지원으로 요산 문학로 조성사업을 시행했다. 총 7억 3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스토리보드 △담장 벽화 △상징 조형물 등을 설치해 스토리텔링 형식의 테마 거리를 조성했다. 금정구청 도시재생추진단 조일래 도시활력증진팀장은 “현재 김정한 작가 작품으로 스토리텔링 관련 경관 시설 설치가 완료됐고, 추후 2차로 도로 정비를 할 예정”이라 밝혔다.

그러나 요산 문학로는 시각적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 <부대신문>에서 찾은 요산 문학로는 일반 벽화 거리와 다를 바 없었고, 그마저도 벽화가 몇 점 안 됐다. 거리 전봇대에 붙여진 요산 문학관 안내 스티커의 경우에도, 초기 디자인이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에 재부착한 것이었다. 이에 금정구의회 정종민 구의원은 금정구에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 없이 사업을 진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학로의 경우, 작품을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이해할 만큼 작품내용 구현이 잘 돼 있어야 한다”며 “김정한 작가의 작품철학이나 생애 등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가로등 전구 양옆에 설치한 책 조형물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학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상인 B 씨는 “조형물로 인해 가로등 불빛이 더 어두워졌다”며 “밤에도 거리가 밝아야 손님이 많이 다닐 텐데 가로등이 상권 활성화를 헤치고 있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학로 조성 이후 관광객이 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거리로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이중섭 거리를 들 수 있다. 이는 이중섭 미술관과 연계된 문화거리로서, 거리 조성 이후 매해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다. 요산 문학로 주변 상인들은 문학로 조성 전후로 변화가 없다고 토로했다. 문학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영란(금정구, 43) 씨는 “문학로를 조성한다고 해서 관광객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수억 원의 예산이 든 것이 믿을 수 없다”고 전했다. 정종민 구의원은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공간 재해석,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등이 목적임에도 이조차 못 이뤘다”고 비판했다. 또한 문학로 조성 과정에서 문화 관련 부서나 부산시 내 문화단체의 의견 반영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에 금정구청 측은 차츰 내용을 보강할 것이라 해명했다. 조일래 도시활력증진팀장은 “올해 말에 도로 정비 공사를 시행한 뒤 행사 등을 통해 필요한 콘텐츠를 채워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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