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인용으로 나왔다.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장 자크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말한 ‘일반의지(Bolonte General)’을 반영한 인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의지는 공동체에 형성된 보편적 의지를 말한다. 절대다수의 의지와 가깝다. 이러한 공동체의 일반의지와는 다르게 사회에는 일반의지를 거부하는 개인의 특수의지도 있다. 루소의 정치철학에 따르면, 이러한 특수의지는 일반의지를 따르도록 ‘강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강제’에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일반의지가 충분한 정보, 소통, 심의가 보장된 정당한 절차에 의해 형성되어야 하고, 일반의지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시민의 덕성(Arete)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이미 형성된 공동체의 일반의지를 철저히 검증하고 특수의지를 지닌 사람들로 하여금 일반의지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마지막 절차로 이해될 수 있다. “헌법을 위배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사회 절대다수의 일반의지는 루소가 제안한 두 가지 조건을 이미 충족하고 있었다. 첫째, 일반의지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형성되었다.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 이후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절차적 정당성을 입증한다. 언론, 검찰, 국회를 통해 대통령의 헌법 위배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검증이 있었으며, 시민은 전국적으로 매주 토요일 광장에 나와 소통하며 헌법수호의 의지와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다. 나아가 국회에서 234명의 국회의원이 탄핵소추에 찬성했다. 탄핵인용에 대한 찬성 여론도 80%를 유지해왔다.
  둘째, 일반의지는 시민성을 지닌 국민에 의해 형성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법 위배 사안에 대해서 시민은 분노했고, 수치심을 느꼈다. 그리고 집단양심에 기초하여 매주 광장으로 나가 공론장에 참여했다. 시민이 광장에서 보여준 정의감에 기초한 분노, 미래세대에 대한 부끄러움, 헌법수호의 의지, 평화롭게 소통하는 공론장의 형성은 시민의 덕성이 아니면 무엇이었을까? 시민성을 지닌 국민 절대다수에 의해 형성된 일반의지가 ‘대통령의 파면’이었다. 이처럼 정당한 절차와 시민성이 담보된 일반의지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적다. 일반의지가 절차에 따라 소통, 검증, 합의의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 시민성이 녹아들어갔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이렇게 형성된 국민의 일반의지가 타당한지에 대한 마지막 점검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인용은 최종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 따라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특수의지’는 ‘헌법재판소의 일반의지 확인 인용’을 따라야 한다. 헌법재판은 헌법에 입각하여 일반의지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절차이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 대통령 변호인단, 태극기집회의 참석자와 옹호자 등 특수의지를 대변하는 사람들은 탄핵심판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루소가 말했듯, 특수의지가 일반의지를 받아드리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사랑, 즉 애국심이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를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사람도 그들이 진정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있다면 자신의 특수의지를 보편적 일반의지와 조화시켜야 한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2016년 10월 29일부터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한 2017년 3월 10일까지 133일의 기간은 우리에게 소중한 정치적 경험을 제공했다. 루소가 말한 ‘일반의지’를 공정한 절차와 시민성에 기초하여 형성하고 관철하는 민주주의적 방법을 배운 것이다. 나아가 정치는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고,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서 가꾸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역사는 이 시기를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확립한 시기로 기록할 것이다. 이제는 분노와 수치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헌법재판소의 인용은 정의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우리의 긍정적 에너지가 막히지 않고 발현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장준호 경인교육대하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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