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대학
학사제도 개선안, 그 어두운 이면
  • 이강영 기자
  • 승인 2017.03.13 04:46
  • 호수 1538
  • 댓글 0

 교육부
“4차 산업혁명에 맞춘
탄력적인 학사운영”

대학 내 구성원
“정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옳지 않아”

   
 

교육부가 ‘학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발표한 개선안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탄력적인 학사운영과 다양한 학습기회 확대 방안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학 사회 구성원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학경쟁력 강화 위한 개선안

작년 12월 대학경쟁력 강화와 학사운영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이하 개선안)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개선안 적용을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다학기제 허용 등 학사제도의 유연화 △융합(공유) 전공 도입 등 창의 융합교육 확대 △대학 간 교육과정 공동운영·복수전공 허용 등이다. 앞으로 대학이 유연하게 학사운영과 교육과정 운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박성수 직원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고 이에 맞춰 대학이 주도적으로 개혁 하게끔 하도록 개선안을 내놓았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고 전했다.

실효적이지 않은 학사제도 유연화

교육부는 학사제도 유연화의 일환으로 다학기제 및 유연학기제를 도입했다. 다학기제 및 유연학기제는 현행 2~4학기 제도를 대학 자율로 맡겨 다양하게 학기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학기제는 계절수업을 정식 학기로 인정해 방학 기간에도 학사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5학기 이상을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연학기제는 △입학 △전공 △졸업 준비 등을 고려하여 학년별로 다른 학기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예로 신입생은 1학기 동안 진로탐색 시간과 학교에 적응토록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졸업반 학생은 현장실습학기를 통해 따로 수업을 듣지 않아도 학점을 인정받게 된다. 학사제도 유연화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0조가 개정되면 각 대학이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실효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 임은희 연구원은 “이 제도는 교수와 학생에게 부담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며 “이미 미국대학의 사례를 통해 실효적이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실제 학생들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최한마루(역사교육 13) 씨는 “만약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공부 효율성이 떨어지고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꼼수, 융합전공

 

융합(공유)전공은 학과와 학과가 편제 정원 없이 새롭게 개설되는 전공이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부 △항공공학과 △컴퓨터공학과가 공동으로 구성해 무인항공시스템(드론) 전공을 개설하는 것이다. 소속학과 학생은 원 전공이 아닌 신설된 전공만 이수할 수도 있다. 학과 통폐합이 아닌 새로운 전공을 개설토록 해 기존의 ‘학과 간 연계전공’을 심화·발전시킨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대학 운영의 자율성 보장 및 학생들의 전공 선택폭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런 교육부의 행동이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 내 토대가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산업수요에 맞춰 성급히 마련됐다”며 “지난번 학과 통폐합 시도가 많은 반대로 되지 않자 학과 통폐합이 아닌 융합전공이라는 잔꾀를 내세운 것이다”고 말했다. 안석영(기계공학) 교수 역시 “대학 자체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아닌 교육부가 나서서 하는 것이 인위적이고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 아닌 것 같다”며 “이것도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학 여건 고려하지 않은 대학 간 복수전공

현재 국내 대학 간에 복수학위과정은 허용되지 않으며, 공동학위과정은 15명 이상 동일한 인원 참여시에만 허용되고 있다. 교육부는 개선안을 통해 앞으로 국내 대학간 복수학위 수여가 가능하도록 방침을 내놓았다. 공동학위과정은 참여인원 규정이 폐지된다. 이를 통해 대학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학생의 학습기회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가 각 대학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임은희 연구원은 “국내 대학 간의 교류는 각 대학의 교육여건이 마련된 후에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채 진행된다면 대학의 질이 더 하락한다”고 우려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면 가진 개선안

  이러한 비판 속에 개선안의 이면에는 대학구조조정의 밑그림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융합전공 △대학 간 복수학위 △교육과정 공동운영 허용 등이 교육부가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의 내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대교연은 <논란 많은 대학정책 계속 이어가겠다는 교육부 업무계획>논평을 통해 학사제도 개선은 대학구조조정을 뒷받침한다며 ‘대학구조조정의 연장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박순준(동아대 사학) 이사장은 “공식적인 논의 없이 밀실에서 결정된것 같아 심히 유감”이라며 “개선안이 사실상 대학의 구조조정이 더 쉬워지게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직 개선안 시행령은 개정되지 않았다. 당초 교육부는 2월내에 시행령을 개정해 빠르면 이번 신학기부터 적용할 입장이었으나 늦어진 것이다. 박성수 직원은 “아직 시행령 개정이 진행 중이며 3월 말이나 4월 초까지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는 개선안에 대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다. 교무과 박지원 직원은 “개선안이 나온 상태이지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며 “시행이 된다면 학내구성원의 의견수렴이 먼저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강영 기자  zero12@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강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