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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를 위한 변명
  • 이화영 과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13 04:39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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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 고민이 있어요”
  후배의 고민 상담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선배. 그리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후배에게 의견을 묻는 선배. 하지만 결국 ‘이러면 어떨까…’ 혹은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라며 결국엔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선배.
  주변에 꼭 한 명씩은 있는 ‘꼰대’다. 꼰대라고 하면 흔히 잔소리 많은 중장년을 떠올린다. 많은 수가 ‘내가 네 나이 때는…’, ‘내가 이래 봬도 예전에는…’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잔소리를 한다. 잔소리도 강요의 한 형태인데 이는 자신의 경험을 ‘자신’만이 아닌 보편적인 옳고 그름의 잣대로 쓰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꼰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주변에 존재한다. 선배를 예로 들었지만, 주변의 꼰대는 친구일수록 후배일 수도 있다. 꼰대는 상대의 생각을 묻긴 하지만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에는 자신의 의견을 강요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꼰대는 자신이 꼰대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친절하고 다정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이 선의에서 나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이 한 행동이 상대에게 강요라는 것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미경험자에게 알려줌으로써 상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또 상대도 이 과정에서 자신을 신뢰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이 인식하든 못하든 ‘꼰대 짓’은 상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은 행동이다. 이면에는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거나, 혹은 실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을 수도 있다.
  많은 꼰대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적 특징 중 하나가 ‘강박성 성격장애’ 성향이다. 대게 정신 질환명이 나오면 거부감을 느끼지만 성격장애 성향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각각 어떤 성향이 좀 더 강한지에 따라 나눠질 뿐이다.
이 성향의 사람들의 팀 과제를 불편해한다. 팀원들이 잘할 것이라 믿지 못한다. 혹은 자신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일을 맡기는 걸 어려워한다. 과제 방향을 정할 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본인은 의식하지 못할지 몰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논의라는 틀 안에서 팀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팀원이 자신이 낸 아이디어에 문제라도 제기하면 일단 방어적인 마음이 앞선다.
  또 공통으로 완벽주의 기질이 있다. 시험공부를 할 때 시험 범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계획도 무리하게 짠다. 공부가 부족하다 느끼면 심한 경우 아예 시험을 보러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완벽해야 하다 보니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실수했을 때 자책도 심하다. 시험 결과가 나왔을 때 자신의 실수를 확인하면,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하는 데 여러 번 곱씹으며 자책을 반복한다.
미국정신의학회에 따르면 강박성 성격장애 성향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탓이 크다. 그중 하나가 부모의 과잉통제다. 어린 시절, 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부모로부터 혼나지 않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스스로 엄격하게 통제하며 커간다. 그 결과,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 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성향의 사람들은 이 글을 보다 ‘나인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 자신이 조언했던 후배에게, 또 팀 과제를 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해하며 자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마음이 들 땐 자책하는 데 쓸 시간과 에너지로 강박성 성격장애에 대해 찾아보는 걸 권한다. 강박 성향을 맘껏 발휘해 최대한 완벽하게 철저하게 파헤쳐서 보면 좋다.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실수해도 괜찮다는 걸. 더 놀라운 건, 이해하게 되면 자신의 성향을 잘 활용하는 법도, 원하는 변화를 끌어낼 가능성도 열린다. 이 성향의 사람들은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가. 이 정도면 한번 해 볼만 하지 않은가. 

   
이화영 과학 칼럼니스트

이화영 과학 칼럼니스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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