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탄핵 소추안 가결 1일 전이다. 그날은 모든 국민이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지 말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권력기관 중 하나인 입법부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탄핵시키겠다는 것이니 나라의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와중에 교육부가 대학 학사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필자는 그 의도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온 나라가 탄핵에 집중되어있는 시기에 한 번도 공식적으로 논의해본 적 없었던 개선안을 발표했으니 말이다. 의심은 취재하면서 확신으로 변해갔다.
 개선안의 내용은 △학사 제도 유연화 △융합전공 △국내 대학 간 복수학위 허용 등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대학경쟁력 강화와 대학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그럴듯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의 일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 보장과 학생들의 학습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의의로 융합전공과 국내 대학 간 복수학위 허용을 개선안에 도입했다. 융합전공 내용을 살펴 보면 ‘프라임사업’의 학과 통폐합이 기억난다. 작년 교육부는 ‘프라임사업’의 평가지표로 산업 수요에 맞춘 학과 통폐합을 넣었고, 대학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학과 통폐합을 감행했다. 이에 학생과 교수들이 반대 성명을 내며 크게 반발을 했고 대학 밖의 여론도 들끓었다. 이를 의식한 것일까 이번 개선안에서 융합전공을 내세웠다. 민감했던 학과 통폐합의 내용이 아닌 학과와 학과를 합쳐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형식의 내용이었다. 도입한 취지도 ‘프라임사업’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취업하기 용이하도록 학과를 재편하는 것이다.
 국내 대학 간 복수학위, 교육과정 공동운영 허용도 마찬가지다. 대학 간 복수학위, 공동운영 허용은 대학의 학사과정를 대학끼리 공유하게 한다. 이는 교육부가 이전부터 추진해온 국립대 연합체제와 같은 내용이다.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은 작년에 많은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정부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취재원의 말을 빌린다면 ‘박근혜 정부의 최후의 발악’인 셈이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 대학 정책이 대학에게 노골적이고 막무가내였다. 이전 정부도 대학을 손 볼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이번 정부는 유독 심했다.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프라임사업’을 범정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정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사업으로 재편했다. 대학 교육 정책을 사실상 경제 정책에 뒷받침하는 용도로 썼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을 정부가 하는 사업에 대항하지 않도록 길들이기까지 했다.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도입해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려 했다. 심지어 간선제를 재정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넣어 직선제를 하는 대학에 페널티를 부여했다. 돈으로 대학을 압박하는 것이 심히 노골적이었다.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그럴듯하게 포장해왔지만 결국 목적은 본인 입맛에 맞는 대학을 골라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부의 행태는 대학 사회 구성원들에게 큰 반발을 불러왔다.
 작은 사회라 불리는 대학을 이렇게 업신여기는 데 국가라고 다르게 대했을까. 대학 정책뿐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모든 국정운영에서 노골적이고 막무가내였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는 국민에게 반발을 샀고, 결국 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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