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만든 문학관. 하지만 부산에 있는 3곳의 문학관들은 운영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러한 위기에서 <문학진흥법>과 <부산광역시 문학진흥 조례안>이 발의됐다. 과연 이 제도적 방안들은 문학관의 위기를 구해줄 특효약이 될 수 있을까?

지역민과 문인들의 연결고리

문학관은 문인들의 삶과 문학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기 시작했다. 문학관은 그 지역과 관련된 작가와 작품을 대상으로 한 예술관이기 때문에 지역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있고, 해당 지역민들을 정서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 문재원(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 교수는 “지역문학관은 중앙 집중화된 문화를 분산시켜 지역에서 문화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문학관 협회 권숙창 사무처장은 “지역 문학관은 문인발표회와 같은 문학 관련 행사 등으로 지역민들이 문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비 지원에도 여전히 고달픈 문학관

부산 지역에는 △요산 문학관 △이주홍 문학관 △추리 문학관, 총 3곳의 사립문학관이 있다. 하지만 현재 문학관은 인건비 및 시설관리비 부족으로 운영난에 처해있다. 사립문학관의 경우 법인 이사회와 문인들의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한다. 이는 정기적인 예산을 갖추지 않아 한계가 있다.
현재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문학관에 사업비를 지원해주는 것에 한정돼있다. 먼저 사립문학관들은 도서관을 겸하고 있어 <도서관법>을 통해 지원받고 있다. <도서관법> 제32조에 따라, 요산문학관과 이주홍 문학관은 작년에 도서관 지원금 4,700만 원을, 추리문학관은 5,7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또한 요산문학관과 이주홍 문학관은 문학 축전, 백일장 등의 문학 진흥 행사를 진행하여 <문화예술진흥법>을 통해 지원받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3조와 제39조에 따라, 작년에 2,7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사업비로 책정돼,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학관들의 주요 지출은 인건비와 건물관리비 등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주홍 문학관 강영희 사무국장은 “시에서 지원하는 돈은 운영비가 아닌 외부 사업 지원금이기 때문에, 문학관의 운영난을 해소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요산문학관 나여경 사무국장은 “문학관 운영 중 지출이 가장 큰 부분은 인건비와 전기료와 같은 공과금 등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운영난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돼

문학관이 운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2월 3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문학진흥법>을 발의했다. 이는 △문학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 △문학 창작 및 향유와 관련된 시민 활동의 증진을 위한 법안으로, 작년 8월 4일부터 시행됐다.
<문학진흥법>은 국가나 지자체가 등록 문학관에 대하여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됐다. <문학진흥법> 제3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와 제30조(등록문학관 등에 대한 지원)에 따라 운영비를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지자체의 책무를 반영해 <부산광역시 문학 진흥 조례안>을 마련했다. 조례안에는 △지역문학진흥을 위한 세부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시행 △등록 사립문학관 운영에 필요한 경비 지원이 적혀 있다. 부산광역시청 문화예술과 이진숙 직원은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문학관에 전문 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다”며 “△국어국문전공자 △정학예사 이상 자격자 △문학관 운영 프로그램 5년 이상 경력자 등을 채용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나여경 국장은 “전문 인력의 지원으로 보다 나은 전시 공간과 양질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며 “이는 문학 진흥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운영비 외에도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해

하지만 이러한 운영난 해소 대책과 더불어 문학관에 대한 장기적인 시각과 시민들의 애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부산시에서 마련한 조례안은 단기적인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전문 인력의 채용으로 더 좋은 장기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학관과 문학의 진흥을 위한 장기적인 전망도 필요하다. 문재원 교수는 “인건비 지원은 물론 필요하지만, 문학관의 위기를 조금 더 장기적인 접근으로 봐야한다 ”며 “앞으로 대책을 마련할 때, 지역 작가들과 지자체 관계자가 만나서 문학 진흥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민들이 문학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있어야, 지자체에서도 문학관 활성화에 더 관심을 보인다. 나여경 국장은 “우선적으로 시민들이 문학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마음가짐과 관심이 모여 문학관 활성화에 디딤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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