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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살 권리, 평등을 꽃피우고 싶다
  • 황연주 기자
  • 승인 2017.03.05 04:26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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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목소리로 빵(생존권)과 장미(인권)를 외친지 10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삶을 누리지 못 하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과 여권운동을 통해 과거보다 삶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여성들은 불평등을 겪고 있다. 이에 여성의 현주소와 성불평등에 대한 해결방향을 듣고자 두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좌_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성평등연구부 홍미영 부장   우_김 영(사회학) 교수

 

 

 

 

 

 

 

 

 

 

배제가 아닌 상생을 위해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성평등연구부 홍미영 부장
△국제 성평등지수에 기반한 우리나라 성평등 수준이 궁금하다.
대표적으로 UN개발계획의 성불평등지수와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가 있다. 성불평등지수는 2014년 발표 기준에 따르면 한국이 152개국 중 17위로 상당히 상위권이다. 이는 성불평등지수를 이루는 부문 중 ‘생식과 건강’에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같은 국가에 비해 모성 사망률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성격차지수는 142개국 중에서 117위로 최하위에 가깝다. 성격차지수를 이루는 네 가지 부문 중 정치부문과 경제부문에서 한국의 성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정치와 경제부문이 낮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얼 의미하나?
실제 여성 경제참여율은 남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부산광역시의 경우에는 경제가 어렵고 취업할 곳이 적기 때문에 경제 참여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성별 간 임금 격차도 크다. 정치 부문에선 기초자치단체나 구의원의 경우는 여성 참여가 상당히 높아졌다. 공공부문 중 9급 공무원에서 여성의 비율도 상당히 높다. 하지만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이나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엔 여성의 진입장벽이 높다. 또한 역사적으로 여성이 고위 관리직에 진출한 기간이 아주 짧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것들 때문에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어려워진다.

△최근 OECD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여성 가사 노동 분담률 88%로 OECD 국가 중 뒤에서 3위를 했다. 왜 이렇게까지 여성 가사 노동 분담률이 높은가?
아직도 육아의 주체는 여성이고, 남성은 돕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성은 귀가하면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여성은 가사와 육아라는 또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한다. 가사 노동이 무급 노동이라는 측면 때문에 그것을 노동으로 안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찮지 않은 엄연한 하나의 노동이다. 가사 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제도적으로 지원하거나 정책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공감하면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나 정책뿐만 아니라, 인식적인 변화도 중요한 것 같다.
물론이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는 데엔 많은 시간과 사회적 자원 등이 소요되는 것 같다. 가족 부문, 가사 노동 시간, 육아에 관한 문제는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고정관념화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는 엄마가 있어야 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여기서 ‘아빠는 왜 그렇지 않지?’라는 의문이 생긴다. 앞의 고정관념과 달리, 실제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하기 위해선 아빠와 엄마가 모두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이 성에 대한 프레임이고, 이는 아주 강하다. 지역 성평등 순위를 보면 전라남도, 경상남·북도 쪽에 그런 성향이 더 강하다. 가족을 개인의 영역이라 여기고, 국가의 개입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태도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성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가정 내 문제를 개인에서 끝내지 않고 사회로 확장시켜야한다. 즉, ‘가족친화사회’가 되어, 사회적 돌봄이 강화돼야 한다.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비취업 여성이 시간제 일을 선호한다고 발표했다. 그에 대해 한 여성단체에서 ‘선호로 포장된 강요’라고 비판했다. 육아해야 하므로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시간제 일을 선택했던 거다. 사회적 돌봄이 강화되면 여성은 육아를 온전히 국가에 맡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선택의 가능성이 좀 더 열리게 된다.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정책이나 제도적으로는 준비돼 있는 게 많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국가가 그런 면들을 강제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시민의 호응도 중요하다. 시민의 인식이 변해서 ‘저렇게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지적을 할 때, 상황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의 호응이나 인식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적인 프레임이나 콘텐츠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성평등 지향점은 결과적으로 격차가 생기는 부분에서의 오류를 바로잡고, 완화 및 개선하는 것이다. 남성이나 여성의 입장을 배제하는 것이 지향점은 아니다. 적대적인 관계에서는 결코 상생할 수 없다. 여성은 남성의 입장에서, 남성은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더 좋은 양성평등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작은 변화가 모여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때까지

-김 영(사회학) 교수

△최근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것이 이슈가 된 배경은 무엇인가?
여성이 학력 측면에선 많은 기회를 갖지만, 노동 시장 상황이나 가사 노동 분담 부분에선 거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 격차가 젊은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힘들여 쌓은 교육과 훈련, 자질을 실현하고 평가받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전반적으로 청년들의 상황이 열악해지면서, 남성 청년들이 상대적 약자인 여성에게 마녀사냥을 벌이는 식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그것이 여성들에 대한 과도한 백래시(Backlash, 반발)로 작용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 같다.

50대인 우리 세대의 경우만 하더라도, 현재의 20대나 30대에 비해서는 그런 의식이 훨씬 약했다. 가부장 제도가 좀 더 강했고, 성별에 따른 학력 격차가 매우 컸다. 과거에 비해 현재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높다. 학점도 남성보다 더 좋게 받는다. 하지만 노동시장에 진출할 땐 그런 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가정 내에서 남자와 차이가 없다고 교육을 받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말한다. 그 같은 맥락엔 성별분업이 깔려 있다.

성별분업이 분명한 남성생계부양자형 사회에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남성은 언제나 소수였다. 그리고 그마저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남성생계부양자로서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다. 즉 여성 역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성차별의 영역에서는 ‘그래도 여자들은 남편이 있잖아. 남편이 벌어다 주잖아’이런 식으로 여성의 기회를 박탈해 간다. 그런 상황에서 현 젊은 여성들이 커다란 분노와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

△한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얼마나 여권신장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등장한 건 상당히 오래전부터다. 1970년대에도 적극적으로 있었고, 81년에 대학에 들어간 나는 다니는 내도록 여학생 조직을 만들어 여성 운동을 했다. 1920년대 식민지 시대에도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권익, 당시 여권이라 표현했던 여권운동을 했다. 모든 운동의 역사에는 활발한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다. 그런 흐름을 거치면서 여성의 위치가 조금씩 개선됐다. 예를 들어, 과거 여성들은 투표권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전 세계에서 그 같은 일들이 계속 있어왔다. 그 같은 행동들이 조금씩 문제들을 개선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전반적인 영역에서 노력이 필요하지만, 더 노력해야 할 부분엔 뭐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노력한 만큼 성취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먼저 청년 문제를 논할 때 암묵적으로 남성 청년을 상정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청년 내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매우 크고, 대졸 여성의 취업률이 낮으며, 대졸 내의 성별 임금 격차가 크다. 그런 것들을 고려한다면, 청년 문제에 대해 젠더를 반드시 포함해서 얘기해야 한다.

두번째로, 여성은 항시 지인이나 낯선 이로부터 성적폭력을 당할 가능성에 위축돼 살아간다. 그런 불안을 언제나 가짐으로써, 여성은 본인의 삶에 대해 생각하거나 기획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좁아진다. 성적폭력을 여성이 당하는 것도 문제인데,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여성의 삶을 굉장히 위축시킨다는 점 같은 것들을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작년부터 낙태권에 관한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일어나는 변화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상당히 삶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들을 여성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정책에서부터 해결을 시작해, 인식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위에서부터 정책을 지시해,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이 문제를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서, 그 목소리들이 정책과 제도를 바꾸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 운동이라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라, 내가 부닥친 상황에 대한 나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표현하고, 그것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는 것이다. 그것을 멈추지 않을 때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정말 짜증나지만 별수 없지’라며 넘어가면 절대 바뀌지 않을 거다.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리 정책으로 무언가를 강제한다 해도 큰 틀에선 변하지 않을 것이다.

황연주 기자  march1968@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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