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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가벼운 대학생 유혹하는 불법 제본
  • 이강영 기자
  • 승인 2017.03.06 04:15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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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개강을 맞이해 수업 교재를 산다. 그러나 교재 구매비용은 만만치 않아 많은 대학들이 불법임에도 제본을 감행한다. 학생들의 부담도 줄이고 불법도 근절할 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부담스러운 교재비에 복사집으로 향하는 대학생
 
  대학생들은 새 학기가 되면 교재를 산다. 2015년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이하 대학내일 연구소)가 전국 대학생 3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한 학기 평균 전공서적 구매 비용이 9.4만 원에 달했다. 대학내일 연구소가 전공서적 이용 시 불편사항을 대학생들에게 물어 중복응답으로 답한 결과 ‘책값이 비싸다’가 83.5%로 가장 높았다. 거의 10만 원을 오가는 교재비는 많은 대학생에게 부담을 주고 있던 것이다. 경제학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전공 서적 하나만 하더라도 비싼데 여러 권을 살려고 하니 많이 부담스럽다” 말했다. 때문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서점에서 새 책을 구매하기보단 책을 복사해 제본하는 것(이하 제본)을 이용해 책을 구한다. A(도시공학 12) 씨는 “아무래도 교재를 구매하는 것보단 제본을 이용하는 것이 더 싸기에 사용한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제본 하기 위해 주로 복사업체에 의뢰한다. 학생들이 교재나 파일을 들고 오면 복사업체에서는 제본을 해준다. 우리 학교 근처를 돌아보면 제본을 해준다는 복사 업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문과 북문 근처 복사 업체 16곳을 돌아본 결과 15곳이 제본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제본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업체가 자연스럽게 어떤 교재를 원하냐는 대답을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3월이 되면 제본해달라는 요청에 바쁘다”고 말했다.  
 
불법이냐 현실이냐 불법 제본의 딜레마
 
  하지만 제본은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것이므로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저작권은 재산권의 일종으로 이를 복제해 침해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명시돼있다. 때문에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단속을 해나가고 있다. 작년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학가 출판 집중단속 결과>에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압류된 불법출판물은 △2013년 1만 2,739점(404건) △2014년 1만 5,474점(369건) △2015년 1만 6,335점(459건) △2016년 상반기 1만 7,391점(284건)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단속이 달갑지 않다. 김원우(사회학 16) 씨는 “정부가 융통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않고 단속만 한다”며 “실질적인 대안 없이 비싼 가격의 책만 사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탓에 많은 학교와 교수들이 학생들의 사정을 이해해 제본을 용납하고 있다. 학생과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과 상인들의 처지를 생각해 약간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자연과학대학의 한 교수는 “법적으로는 문제이지만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교재비 부담 덜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단속보다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덜어주고 합법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은 “학생들 사이에서 물질적 거래보다는 공유 또는 나눔의 형태로 전공 책이 활용되는 형태가 널리 보편화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제약이 있기에 개인 차원에서 책임을 지는 것보다 단과대학이 학교 등 커뮤니티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각종 대안이 △대학 △교수 △출판사 등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학교재를 만들어온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대학가의 교재 불법 복사에 대한 대안으로 반값 교재를 내놓았다. 반값 교재는 책의 내용은 원본과 같지만 표지가 없고 낱장의 상태로 공급된다. 서점에서 판매하지 않고 출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동구매 방식으로 판매된다. 책의 저자들도 이런 방식에 동의했으며 책값의 일정 부분이 저자에게 저작권료로 지급된다. 책값이 기존 교재의 절반 가격이라 학생들에게 교재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서울여자대학교에서는 작년 1학기부터 ‘강의교재 대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강의교재 대출 서비스는 학교가 전공, 교양을 포함하여 20과목을 선정해 교재를 대신 구매해 한 학기 동안 대여해주는 제도다. 서울여자대학교 학생지원과 이지연 팀장은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추진했다”고 전했다. 한편 재학생이 7,000여 명이지만 제도의 혜택을 누린 학생은 670명에 그쳐 소수의 인원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이지연 팀장은 “점차 도서관들에 대한 도서구매비 지원이 줄어들면서 모든 학생을 다 해주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어쩔 수 없이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대학과 출판사 이외에 교수 중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른바 ‘빅북(Big Book)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조영복(경영학) 교수가 시작한 이 운동은 대학교수들이 교재에 대한 저작권을 포기하고 새로 저술해 전자책 형태로 인터넷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이후 전국 대학교수 46명이 참여했다. 2014년에 8권의 교재가 처음으로 만들어져 교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조영복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저자와 독자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며 지속 가능하고 살아있는 교과서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강영 기자  zero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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