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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행복과 좋은 정치
  • 박세정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7.03.06 00:33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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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으로 부유하면서도 행복도가 최상위권에 속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을 보면 그 배후에는 필히 ‘좋은 정치’가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모노클> 잡지의 마이클 부스라는 기자는 이들 국가를 거의 완벽한 나라로 묘사했다. 덴마크는 그 중에서도 늘 행복도 1위로 꼽히는 나라이다. 이 나라의 정치는 철저히 상호공존의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 공존을 강조하기 때문에 정파 간에 동반자 의식이 있고, 따라서 대화가 매우 활발하고 타협이 용이하게 이루어진다. 정치의 에너지가 국민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 집중된다. 국민이 행복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사회의 다양한 다툼거리들이 정치의 장에 올려져 적기에 해결된다. 정치가 ‘소화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로 시선을 돌려보면 해방 이후 줄곧 정치는 극단적인 다툼의 장이었다. 작년 언젠가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내가 죽든지 정세균 의장이 그만 두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외친 것은 그 전형이다. 벼랑 끝 대치다. 남북 간에만 벼랑 끝 대결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정치란 전쟁이다. 여와 야가 공존의 대상이 아니고 적이다. 적이기 때문에 무너뜨려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 정파의 약점을 잡고 문제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정치가 늘 파국과 파행을 맞는 이유이다.
  정치의 에너지가 다투는 데 허비되기 때문에 민초들의 애환과 고통은 쌓여만 가는 것이다.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길거리를 메우는 것이 이해가 된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부구조의 다툼이 ‘모방’되어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이 이처럼 목숨 걸고 싸우는 이유는 이들이 원래 ‘전투’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구조 때문이다. 정치시스템이 서로 싸우게 만든다. 반대로 덴마크를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정치시스템은 대화를 통한 합의에 이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정당들이 상대 정파에 귀를 열어 놓고 있고 상대를 위한 마음의 공간을 비워두고 있다. 여, 야의 벼랑 끝 대치는 극히 이례적이다. 2014년 가을에 만난 모겐스라는 당시 덴마크 국회의장은 자신의 국회 경력 30년간 단 한 번도 파행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파행은 고사하고 의원들끼리 소리를 지른 경우도 없었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개헌의 핵심은 정치의 틀을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개혁의 방향은 상호공존의 규범이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고 사회적 역량을 결집해서 국민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에서는 승자독식의 원리가 지배한다. 여기서는 권력이 승자에게 집중되고 독점된다. 권력이 독점되면 권력 남용의 유혹을 받게 되고, 권력에 저항하는 세력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집권세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사를 뒷조사해 위협하고 윽박지르고 가혹한 응징을 하는 행위나 개인들에게 명예훼손으로 압박해 입을 닫게 하는 행위는 그러한 불쾌함의 발로이다.
  이처럼 승자는 ‘칼’을 휘두르는 반면, 패자에게는 ‘국물’도 없다. 이를 두고 ‘전부 아니면 전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패자는 권력의 행사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이들의 역할은 빼앗긴 권력을 되찾기 위해서 끝없이 승자의 약점을 찾으려 하고, 부각시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게 된다. 정치를 하는 목적이 사회의 공동선에 무엇인가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잡는 것이다.
  정치에 상호공존의 규범이 뿌리 내리도록 하려면 권력이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권력의 공유는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고 따라서 소통을 촉진시키고 지혜를 모으도록 만든다. 한국사회가 결정적으로 취약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서 내각제와 같은 대안적 정부 구조, 대선거구제의 도입이나 비례대표 비율을 대폭 늘리는 선거제도의 변화, 좀 더 허용적인 정당 설립과 정당 민주화를 위한 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박세정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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