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이다. 개강 직전의 어수선함이 캠퍼스 곳곳에 피었다. 신입생들의 낯선 발걸음은 날로 더해가고, 생경한 듯 공백을 메워나가는 재학생들도 눈에 띈다. 졸업식을 끝내자마자 입학식에 매진해야 하는 교직원들은 경쾌한 손놀림으로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강의를 준비하는 연구동 조명도 꺼질 줄을 모른다. 빈번할 술자리에서 ‘준비됐나’ ‘됐다’ 따위의 구호가 울릴 즈음, 개중에는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자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우습게도, 그 역시 익은 풍경이다. 어쨌건 3월이 왔고 곧 개강이다.
  총학생회도 바쁜 모양이다. 산재한 문제들부터 굵직한 사업, 눈앞에 닥친 새내기 환영식까지 할 일이 산더미일 테다. 간단한 전화취재조차 번거롭다하니 그 긴박을 짐작할 수 있다. 워낙 감당해야 할 업무가 많기에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때문에 기자를 객쩍게 여겼다는 풍문 정도는 (조금 언짢기는 했지만) 웃어넘기고 만다. 그럼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도리가 없다. ‘몰랐다’는 변명을 쉬이 남발하는 그네들의 태도 때문이다. 감사 결과를 공고하지 못한 이유가 고작 ‘전례를 몰라서’라니, 이쯤 되면 전화로 인수인계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안이함을 내세울 적기가 아니다.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일정의 반성과 겸손, 그리고 공부가 필요하다. 총학생회는 선출직 대표다. 짧은 선거 기간, 약간의 검증만으로 자리를 얻은 이들이다. 유권자의 신뢰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했다. 총학생회라면 운영 전반에 관련된 제도와 절차 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이는 인수인계 대상조차 아니거니와 특출한 역량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단지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규범일 뿐이다. 당선된 지 세 달이니 시간은 충분했다.
  가뜩이나 버거울 것이다. 기울인 노력만큼 쏟아지는 비판은, 회의에 빠지기 충분하다. 그런 사정을 알 수 있음에도 ‘꼰대 마인드’까지 동원해 글을 끄적이는 건, 우리네의 지난 겨울이 혹독했던 탓이다. ‘준비된 대통령’이라 자인하던 박근혜 대통령(직무 정지)의 만행에 놀아난 충격은 여태 가시지 않았다. 규범 숙지는커녕 그조차 무너뜨리려 했던 그치의 조악함이 노파심을 자아냈다. 물론 지나친 우려이고 또 지나친 비약이지만, 남아있는 한기 탓에 그저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경계심이 미약하게나마 있다면, 생각해볼 여지는 있지 않을까. 개강을 앞둔 지금이기에 조심스레 말을 꺼내본다. 공허한 구호에 앞서 자문이 우선돼야 할 일이다. ‘준비됐나’
  한창 추웠던 지난 1일 새벽, ‘축덕’임을 자처하는 필자는 졸린 눈을 비비며 축구 생중계를 시청했다. 하품을 끊임없이 쏟아내면서도 한 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와중 상대편에게 프리킥 기회가 찾아왔다. 그들은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한 박자 빠른 슈팅을 시도했고, 이내 골을 기록했다. 골키퍼는 수비 자세를 취하기는커녕 상대편의 슈팅조차 보지 못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에 대가를 치른 셈이다. 야유와 조소가 경기 내내 이어진 건 불 보듯 빤한 일이었다. 허나 골키퍼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주눅 들지도 않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맡은 역할을 꿋꿋이 해낼 뿐이었다. 결국엔 막바지 페널티킥을 막아내, 박수를 받으며 경기를 매조졌다. 추위가 여전한 2월, 이제 시작이다. 만회할 기회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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