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민 (의학전문대학원 3)

  작년 12월 거짓말 조금 보태어 살인적인 시험 스케줄에 치여 허덕거리던 어느 날, 학과 게시판에서 캄보디아 의료봉사단 학생 모집 공고를 보았다.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봉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의무감이 있었지만 빡빡한 학사일정에 치여 그 생각이 조금씩 퇴색되던 때이라 공고문 하나에 잊고 있던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 보람된 활동일 것이고 적어도 내게 좋은 경험이 될 거야. 한번 신청해 보자”


  이렇게 무턱대고 신청을 했는데 며칠 뒤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험기간이라 긴 생각은 하지 못했고, 겨울방학이 되어 출발을 하게 됐다. 학과에서 알려주는 해외의료봉사단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해 학교 측에 문의해보니 우리학교에서 추진하는 ‘부산대학교 해외봉사단’ 사업의 일부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전 오리엔테이션 날, 캄보디아 해외봉사단이 모두 모였는데 의료봉사 외에도 한글교육, 영어교육, 음악교육, 미술교육, 태권도 교육 팀이 있었다. 우리 의료봉사 팀 보다 한참 어린 학부생들을 보니 괜히 노친 네가 된 기분에, 어색함을 거두기 힘들었다. 그래도 일단 출발하게 되었고, 다른 학과 학부생들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다.


  떠나기 며칠 전, 가정의학과 김윤진 교수님과 만나 약품, 의료 장비 및 소모품 등을 챙기면서 정말 실감이 났다. 신들이 사는 도시인 앙코르 와트와 크메르 루즈의 킬링필드가 상존하는 캄보디아에 가는구나. 그렇게 약간 긴장된 마음, 그리고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1월 29일 저녁, 시엠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시엠립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에 내리는 순간 느껴지는 뜨거운 공기에 우리가 캄보디아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간단한 입국절차를 마치고 공항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우리가 봉사하는 장소는 시엠립에서 4시간 정도 떨어진 태국과의 국경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 포이펫이다. 거기에 있는 가톨릭 재단의 ‘돈보스코’ 학교인데, 학교행사로 인해 우리 봉사단은 당일 날 바로 들어갈 수 없었다. 덕분에 둘째 날 캄보디아 문화탐방으로 앙코르 와트와 똔레삽 호수를 구경하였다. 무척이나 짧은 관광이라 대충 둘러보는 식이였지만 앙코르 와트의 웅장한 규모와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화려한 과거와는 대조적으로 관광지 근처에서 ‘1달러’를 외치며 구걸하는 아이들, 똔레삽 호수 근처에서 물 위에 허름한 집을 짓고 살면서 더러운 강물을 그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편할 수 없었다.


  다음날 드디어 ‘돈보스코’ 학교에 갔다. 버스를 한참이나 탔고 중간에 비포장 길이 있어 꽤나 덜컹거렸다. 도착하니 학교 측에서 간단한 환영식을 해주었다. 그 학교에서 선교활동을 하시는 강종명 신부님께서 우리 봉사단을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숙소로 안내해주셨다. 우리가 지내는 곳은 학교 기숙사로 한방에 2층 침대가 8개 있어 15명의 남학생이 한방에서 자야 했다. 에어컨은 없고, 모기는 참 많고, 샤워장에는 물을 받아놓고 바가지로 물을 퍼서 씻는 그런 식이었다. ‘불평하지 말자. 봉사하러 와서 이 정도면 감지덕지해야지’하는 마음으로 다음날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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