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배에게 부산 출판사 ‘산지니’의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평소에 출판업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지만, 지역과 대안문화라는 범주의 지역 출판업 도서는 문화부 기자에게는 매력적인 소재였다. 몇 장 넘기며 ‘지역 출판사를 소재로 하는 기사를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지역 출판사는 지역의 문화를 주로 다룬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사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지역 출판사를 찾던 도중, 김용택, 안도현 등의 이름만 거론해도 알만한 문인 20명이 모인 전주의 ‘모악’ 출판사를 발견했다. 지역에 대해 잘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로 수화기를 들어 ‘지역의 문화를 다루기 위한 노력에는 무엇이 있냐’라고 질문을 했다. 그러자 ‘모악’의 김완준 대표는 “지역 출판사들이 꼭 지역의 것을 다루라는 법은 없다”라고 전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듯한 기분이 들었다. 필자는 애초에 지역 출판사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김완준 대표는 “지역에서 출판사를 하는 이유는 중앙 집중화된 출판업계에 역발상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가 지역에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전국적으로 문화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함이지 지역의 문화만을 다루기 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역 출판사들이 지역의 문화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것은 지역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뤄지는 과정이다. 지역에 존재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문화자원을 접하고 문인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지역 출판사의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당부하는 말이 있었다. ‘지역 출판사들이 스스로 지역 문화라는 틀에 갇히는 태도를 경계해야한다’였다. 지역 출판사들이 지역의 문화만 다루며 유통도 그 지역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영세의 규모를 벗어날 수 없다. 지역 출판사들도 소재의 범위와 유통망을 전국으로 두어야 그 지역과 함께 더 큰 발전을 이룬다. 전체 출판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출판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모악’ 출판사 대표의 말의 의미를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역 출판사만이 가지는 특색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새롭게 발견한 지역 출판사의 장점은 지역 출판사가 베스트셀러 작가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유망한 지역 작가들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수의 좋은 원고들이 중앙의 대형 출판사들에만 몰려 모두 소화되지 못해 좋은 원고가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원고의 작가들을 발굴하는 것이 지역 출판사의 역할이자 대형 출판사와의 차별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지역의 출판사를 대형 출판사와 다르게 편견을 두지 않고 동일하게 보는 시선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지역 출판사들이 일부 대형출판사들과 동등한 시선에 놓이는 것이 전제가 된다면 곧 유통 등에서의 대우도 동일해질 것이다. 지역 출판사를 비주류문화로만 인식하지 않는다면 독자들의 지역 출판사에 대한 관심은 올라갈 것이고 독서문화는 더욱 융성해 질 것이다. 이로 인해 모든 지역의 도서 문화가 골고루 발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모두 평등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화국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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