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가 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지난 22일, 2017년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행해진 검사선서 중 일부다. 그들은 필자와 비슷한 시기에 새 시작을 알렸다. 필자도 임기의 시작에서 그들처럼 선서를 해볼까 한다. 우리가 탄핵 파국에서 알게 된 몇몇 검사들과 다를 것을 맹세하면서.
 
“선-서!”. 입학식마다 듣던 구호다. 대표가 앞에서 외치면 그 무리는 따라 선서를 해나간다. 한 명의 대표가 선서를 이끄는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필자가 했던 선서는 대체로 본분에 맞게 행동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학생의 본분이라며 그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짐보다 따라 말한 것에 더 가까웠다. 대표가 아니기에 내용을 미리 확인하지 못했을뿐더러 식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선서를 외치는 날에 필자는 그저 많은 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 이번 호 사령에서 편집국장이 됨을 알렸다. 이제 더 이상 많은 사람 속에 숨어있을 수 없게 됐다. 따라 외치는 사람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돼 버렸다.
 
‘기자’에게도 선서가 있다면 검사선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기자,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기자,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기자. ‘검사’를 ‘기자’로 바꿨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기자의 선서가 검사선서와 유사하다면 편집국장의 선서는 어때야 할까. 편집국장도 기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입사 당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사를 써보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가지기도 했다. 필자가 다짐하고픈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만드는 사람이 행복한 <부대신문>을 만들고 싶은 것, 단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편집국장을 결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여느 4학년처럼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때문이었다. 하나의 질문이 긴 고민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 무엇을 할 때 행복했던가. 해답은 가까이 있었다. <부대신문> 속에 있을 때 모습 그대로가 가장 필자다웠다. 주어진 면에 쓰고 싶던 기사를 쓸 수 있었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학생 신분으로 만날 수 없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기사에는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속사정을 듣노라면 단짝친구와 비밀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사소함이 만든 행복감, 그것이 나를 붙잡았다. 동료들에게도 그런 행복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아직은 어색한 ‘편집국장입니다’라는 소개. 일년 반동안 기자라는 이름에 익숙해져있었던 탓일까. 남의 옷을 입은 양 서툴러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기자가 마음껏 그릴 수 있는 빈 도화지를 제공해주는 일, 그것으로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 앞으로 변하지 않을 한 마디를 외쳐보리라.
  선-서! 만드는 사람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편집국장이 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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