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그러다 보면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양성한다. 영화 <양치기들>은 완주(박종환 분)가 자신의 거짓말을 수습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며 거짓말의 폐단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는 사실을 알고도 묵과해버리는 다른 형식의 거짓말도 한다. <양치기들>에서 광석(송하준 분)은 사실을 알고도 침묵하면서 진실을 은폐한다.
연극배우였던 완주는 매번 자신을 지원해주지 않는 교수 때문에 연극배우의 꿈을 접는다. 이후 완주는 자신의 연기 재능을 살려, 의뢰에 따라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역할대행업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그에게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돼 거짓 증언을 해달라는 묘한 의뢰가 들어온다. 완주는 어머니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사건 목격자라는 위험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의뢰에 따라 증언을 하던 중 완주는 평소 알고 지냈던 동생 준호(이가섭 분)가 용의자인 것을 알게 됐다. 이에 죄책감을 느낀 완주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진실을 파헤치면서 완주는 준호의 군대 동기인 광석을 만나 내막을 알게 된다.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준호의 군대 선임이었던 재우(이세호 분)였다. 사건 당일은 광석과 그의 군 동기 영민(윤정일 분)과 준호와 함께 재우를 불러 군대 선후임간 술자리를 벌인 날이었다. 그들이 술자리를 벌인 이유는 군대에서 악덕했던 재우를 죽이기 위해 모인 것이다. 하지만 재우가 예전에 자신의 일에 대해 사과를 하자, 준호와 광석은 죽이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영민은 화를 참지 못해 준호네 칼을 이용해 결국 재우를 죽인다. 이후 준호는 영민이 사용한 칼과 완주의 거짓 증언으로 용의자로 지목된다.
어느 날 완주는 광석에게 영민의 살인을 왜 모른 척했냐고 묻는다. 그러자 광석은 “예전에도 모른 척해서 이번에도 모른 척 한 거 에요”라고 답한다. 광석은 예전부터 재우가 영민을 학대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모른 척 한 것이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광석은 끝내 완주에게 진실을 토로한다. 사실 완주도 광석처럼 모른 척한 것에 가책을 느낀 적이 있다. 완주가 연극배우였던 시절,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고 바라봐준 팬인 미진(김예은 분)이 있었다. 완주는 우연히 역할대행업을 통해 미진을 만났지만 끝내 모른 척한다. 모른 척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해명을 하지 않아도 돼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진을 모른 척한 일이 완주에게 큰 죄책감으로 다가와 살인사건을 원래대로 돌려놔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완주는 자신의 거짓말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문제의 원인은 자신의 거짓말에 있다는 것으로 돌아왔다. 알고 보니 완주가 살인사건의 목격자라는 거짓 증언으로 광석은 준호의 누명을 벗길 수 없다고 생각해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다. 완주의 거짓말 하나가 광석이 침묵의 거짓말을 하게끔 만든 것이다.
<양치기들>에서 말하는 양치기에는 거짓말을 하는 자와 진실을 말하지 않는 자가 있다. 또한 양치기들 안에서도 양심이 있는 양치기와 양심이 없는 양치기로 분류된다. 완주와 광석은 끝내 입을 열어 묵과에서 벗어나지만 영민은 ‘거짓말은 안 했어. 말만 안했을 뿐이지’라고 합리화하고 입을 닫고 있다. 누구나 양치기는 되기 쉽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입만 닫고 있어도 양치기가 된다. 다만 양심에 따라 누군가는 양치기에서 벗어난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먼저 양치기들의 침묵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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