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이야기나 인문학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귀중한 지역 출판사. 하지만 이들은 비효율적인 유통구조와 독서 인구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지난 2일 지역 출판사의 책을 전국 서점에 유통하는 송인서적이 부도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태에 놓여있다. 전국에 유통망이 없는 지역 출판사들은 금전적 피해는 물론이고 유통망을 잃어버린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다양한 문화와 작가의 만남이 가능한 공간

출판사는 단순히 원고를 받아 인쇄하는 곳만이 아니라 직접 도서를 기획하여 책을 펴내는 곳이다. 특히 지역 출판사들은 전국 다수에게 그들이 발굴한 지역의 문화자원을 도서로 알리는 문화 산업체 역할을 한다. 지역 출판사는 지역의 △역사 △경제 △문화・예술 △산업 등을 다루기도 한다. 이는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우리 사회의 문화 다양성이 증진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부산의 ‘호밀밭’ 출판사 서호빈 대표는 “풍부한 지역의 문화자원이 남기 위해서는 책으로 기록되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역 출판사는 지역의 작가들에게 출판의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한다. 일부 출판사가 상업성을 우선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들만 고려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역의 유망한 작가나 지망생들은 출판 기회를 갖기 어렵다. 지역 출판사는 이러한 작가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다. 지역 출판사는 중앙에서 다뤄지지 못하는 좋은 원고를 책으로 출판해 지역의 작가나 지망생을 발굴하기 때문이다. 시인 김용택, 안도현 등 유명한 문인 20명이 전주에 설립한 전주의 ‘모악’ 출판사에서는 출판계를 짊어질 인재양성을 위해 지역의 문창과 학생들에게 실습하는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모악’의 김완준 대표는 “지역의 작가들이 좋은 글을 써도 기회가 없으면 출판하기가 쉽지 않다”며 “가능성을 가진 지역 작가들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출판업 불황에 수도권 집중화 현상도 심해

현재 전국의 출판업계가 모두 불황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작년 3월에 발표한 ‘2016 상반기 KPIPA 출판산업 동향(2015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에 출판사 신고확인증을 보유한 49,228개의 출판사 중 2015년 한 해 동안 매출 실적이 있는 업체는 2,428(4.9%)개뿐이었다. 또한 실제로 2014년 기준으로 서울의 출판사 매출실적은 4,540,556원, 경기도는 2,500,294원인데 반해 부산은 225,052원에 그쳤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흐름이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글의 양은 늘어났지만, 책의 형태가 아닌 메시지, SNS 등이라는 것이다. 빠른 텍스트에 익숙해지면서 긴 호흡의 글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 것이다. 서호빈 대표는 “책은 글의 양이 방대해 처음에 몇 장을 보고 덮는 경우가 많다”며 “비교적 선택이 쉬운 영화 등의 문화생활을 즐기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출판업계의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의 출판업자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49,228개의 업체 중 △서울 28,931(57.9%)개 △경기도 8,996(18%)개 △인천 1,230(2.5%)개로 수도권에 78.4%가량의 출판사가 집중되어있다. 부산은 1,573개로 전체 비중의 3.2%에 불과했다. 부산문화재단 문화교육팀 전이섭 직원은 “대부분의 작가들도 수도권에서 출판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지역 출판사들은 더 영세해지고 유통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완준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는 문학이나 출판업이 서울, 경기도 등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며 “출판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출판계부터 활성화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겹친 출판 유통 업체의 부도

상황이 열악해지는 가운데 불리한 어음거래 형식으로 지역 출판사는 더욱 골머리 쌓고 있다. 현금 거래가 이루어지는 대형출판사와 달리 지역 출판사는 어음으로 거래를 해왔다. 불리하지만 지역 출판사는 거래처를 늘리기 위해서 어음 거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거래처 측에서도 현금보다 거래가 용이한 어음의 형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러 단계로 분화된 유통 구조도 매우 불안정하다. 한 출판인단체 관계자는 “현재 유통구조는 비효율적”이라며 “공적 물류사업단을 만들어 출판사와 도매상을 묶어서 단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는 최근 송인서적의 부도 사태로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불러왔다. 송인서적은 지역 출판사들의 책을 전국으로 유통하고 있었다. 수도권에 유통업체가 집중돼있어 많은 지역 출판사들이 송인서적을 이용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유통구조가 개정도서정가제에 따라 지역의 도서관 납품 시 지역 서점과 사업자가 직접 납품하도록 정책이 변경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다른 업체와 경쟁하여 거래하게 돼 송인서적은 이윤을 남기지 못하여 부도나게 된 것이다. 송인서적이 부도나면서 지역 출판사들이 갖고 있던 어음 또한 부도 처리됐다. 또한 유통경로가 폐쇄되고 연쇄적으로 인쇄소도 배서된 어음을 받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의 출판사 ‘산지니 ’관계자는 “이번 부도로 어음과 책 판매대금 등 1억 2,50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산지니 외에도 부산의 ‘호밀밭’, ‘해성’ 등의 출판사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 교육청은 해결책으로 2월부터 5월까지 1억 4,400만 원을 이용해 송인서적과 거래해 온 부산 지역 피해 출판사 10곳, 서점 30여 곳의 도서를 우선 구매하도록 했다. 또한 한국출판인회의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에 출판사들의 부도 금액을 최소화하고 생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00여억 원의 공적자금을 요구했지만, 아직 실현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지역 출판사, 이 모든 어려움을 딛고 극복하려면

지역 출판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지역 출판물이 지역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역 출판사들이 지역 문화라는 틀에 갇히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완준 대표는 “지역의 출판사가 자꾸 지역의 것만 다루고 지역으로 시장을 한정한다면 소규모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더 넓은 시야의 주제를 다루고 전국에 유통망을 마련해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전했다.
출판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의 독서문화를 활발히 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부산광역시는 지역민들의 독서문화 진흥을 도모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부산의 출판사들의 책들을 지역에 있는 아동센터나 복지시설에 보급하고 있다. 작년에는 6개 출판사에서 6종의 도서를 선정해 지역 내 38개소의 도서관과 복지시설에 3,202권을 보급했다. 또한 △독서인문학 동아리 △소모임 지원 △북하우스 산업 △가을 독서문화축제를 통해 지역의 출판물과 지역민이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전이섭 직원은 “부산 지역 출판사들이 영세하다보니 경제적으로나 유통 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러한 부산의 지역 출판사들을 지원하는 학예도서지원 발간사업 등도 시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판업체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출판업에 관련한 예술 정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지역 출판사들의 중론이다. 서호빈 대표는 “서울 지역에서는 인턴제도로 직원의 인건비를 일부 정부에서 부담하는 등의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며 “이러한 정책들이 서울에서 전국단위로 확대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도서 유통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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