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설프게 뛸 바엔 멋지게 걸어’


  래퍼 도끼의 <Mr. Independent 2> 가사이다. 도끼의 곡을 좋아하고, 밑바닥부터 올라온 그의 성실성은 높이 사지만, 이 가사만큼은 반박하고 싶다. 어설프더라도 힘차게 뛰고 싶다. 그렇게 뛰다 보면 언젠가 멋지게 뛸 날이 올 테니까! 제발 힘차게 달리고 싶다.
  대학에 와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 정보와 기회 또한 내가 찾아야 한다. 나는 학교 공지사항에 자주 들어가서 가능한 것들을 한다. 한 번은 장학재단 공지가 떴다. 학비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장학이었다. 공지를 확인한 것은 월요일이었고, 신청기한은 그 주 금요일까지였다. 학업계획서도 작성해야 하고 조건도 까다로웠다. 하지만 그만큼 지원자가 적을 테니 가능성이 있었다. 다이어리에 옮겨 적고 꼭 지원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결국…. 신청하지 못했다. 아니, 신청하지 않았다.
  2주가 지난 후, 친구와 함께 밥을 먹던 중에 장학재단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지원하려 했던 바로 그 장학재단이었다 “마감날 3시간 전에 공지를 봤어. 2시간 동안 학업계획서 쓰고, 오는 길에 핸드폰으로 입력하고, 프린트해서 10분 전에 겨우 제출했어. 그러고 나니까 힘이 하나도 없더라” 두-웅.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는 마감 날 학교에 있었고, 시간도 있었다.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그 친구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내가 정말 신청하고자 했다면 아침에 수업 듣기 전, 혹은 하루쯤 점심을 포기하고서라도 해야 했다. 학업계획서가 어려워서, 알 수 없어서 적기 싫었고, 변명거리를 찾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절실하지 않았다.
  전날에 계획서를 적으려고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였다. 그때라도 해야 했다. 잠을 좀 못 자더라도 어떻게든 해야 했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내일 아침 수업도 있고 발표도 해야 하는데 자야 해. 밤새우면 안 돼’ 합리화했다. 피곤했다. 자고 싶고, 어려워서 그냥 안 하고 싶었다. 부족과 귀찮음은 가슴 아픈 결과를 가져왔다. “28명 정원인데 29명 지원했대. 조건이 까다로워서 지원자가 별로 없었나 봐” 이를 예상했음에도 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예전에도 그랬다. 항상 시험 치기 전날에는 ‘내일 시험 치다가 졸면 안 되니까’라며 일찍 잤다. 고등학교 때도 ‘내일 수업에 졸면 안 되니까 ‘일찍 잤다. 커피를 마시더라도, 쪽잠으로 피곤함을 물리치더라도 끝까지 조금 더 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았을까.
  안정적이 되고 싶고, 도박하는 것이 싫다. 대신 그에 따른 결과도 그저 그렇다.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안정감보다는 원하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절실함을 갖고 싶다.
  결과의 차이는 실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운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결과의 차이는 ‘절실함의 차이’에서 온다. 반드시 해내고자 하는 절실함이 나의 내일을 바꿀 것이다. 때로는 두려울 것이다, 어려워서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더는 도망가지 않을 거다.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아끼지도 않을 것이다. 미친 듯이 달리다가 쓰러지더라도, 넘어질지라도, 그게 걱정이 돼서 걸어가기보다는 미친 듯이 뛰어보고 싶다.

주성혜 (경영학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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