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어수선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여부 결정이 임박하면서 2017년 대한민국은 혼돈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하지만 더 우려스러운 점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우리사회가 안정 국면으로 빠르게 들어서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촛불집회와 맞불집회로 상징되는 시민사회의 깊은 균열과 이미 가열된 대선경쟁은 우리 사회가 탄핵이 야기한 혼돈의 터널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예견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요구되는 것은 시민과 개별 단체들이 탄핵 국면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는 자세이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은 공동체의 거울이자 양심이며 두뇌이다. 대학은 지성을 통해 사회를 객관적으로 성찰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거울이며, 사회 문제를 사익과 당파성 없이 점검하고 공정한 개선책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양심이다. 그리고 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문과 과학과 교육을 추동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두뇌이다.

대학은 또한 시대의 체온계이자 예지자이다. 대학은 시대의 상처를 과장 없이 드러내고 아파하며,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보고 시대를 먼저 읽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안을 먼저 고민하고 추구하며 시대를 앞서 가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어수선한 시대를 맞아 우리 부산대는 이러한 대학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냉엄한 이성의 거울로 성찰할 때 우리 부산대가 대학의 본질에 충실해왔다고 응답할 구성원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사실 교육부는 매년 천문학적인 정부재정지원사업 배분과 외형적인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 길들이기에 주력해왔고, 우리 부산대는 적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시장, 기업과 취업이 주도하는 반면 인성과 사람, 공동체와 공동선에 대한 애정을 상당 부분 상실한 대학이 된지 오래 되었다.

대학은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공적 조직이며, 사유와 탐구, 토론과 논쟁, 비판과 회의, 대안과 미래 찾기의 본거지가 되어야 한다. 박대통령 탄핵국면을 맞아 우리사회 전역이 큰 혼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본래의 존재이유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시대의 병을 파악하여 대안을 제시하며, 미래지향적인 가치와 사람을 제공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이 길에 먼저 나서는 것이 부마민주항쟁과 민주화를 주도하고 대한민국과 동남권 공동체 발전에 기여해온 우리 부산대가 현 시국에서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대내적으로 우리대학의 통합과 발전을 가로막아 온 그간의 교내 적폐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사회 공동체의 거울이자 양심인 대학 본래의 기능을 우리대학이 먼저 회복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의 공적 조직으로서 공동체와 공동선에 대한 사유를 강화하고, 학문 본연의 자세인 진리와 자유와 정의를 탐구하고 추구하는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부산대가 먼저 시작하자. 탄핵 국면 이후 펼쳐질 새로운 대한민국을 우리 부산대가 먼저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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