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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숨긴 군인
  • 이주은 작가
  • 승인 2017.02.27 01:37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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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토마스는 전장을 마주했다. 때는 1782년, 미국에선 독립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토마스는 조국인 미국을 위해 달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머스킷 총을 겨누고 있었다. 전투 중 날아다니는 비명소리와 고함,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흙먼지 속에서 토마스는 갑작스레 튀어나온 적군을 상대하다가 이마에 깊은 자상을 입었고, 어쩌다 그랬는지를 되돌아보면 기억도 흐릿했지만 허벅지에는 총알이 둘이나 박혀있었다. 끔찍한 고통에 반 정도 실신한 토마스는 병원에 가자는 전우들의 말에 왜인지 거절을 했지만 전우들은 아파서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하며 그를 말에 실어 병원으로 향했다.
  이마의 상처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는 일단 이마의 상처부터 지혈하고 봉합했고 허벅지의 총알에 대해서는 몰랐거나 혹은 잠시 뒤에 치료하기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불안해하던 토마스는 의사가 등을 돌린 사이 절뚝거리며 서둘러 병원에서 벗어났고 강렬한 통증을 참으며 스스로 상처를 후벼 파내어 총알을 꺼내고 직접 살을 꿰맸다. 총알 두 개 중 하나는 너무 깊이 박혀 있어 도저히 꺼내지 못해, 이후 평생 동안 토마스를 괴롭히게 된다. 토마스는 총알을 하나 뽑아낸 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긴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내가 여자인 것을 들키진 않았겠지’
  곧 다가오는 3.1절은 올해로 98주년을 맞이한다. 1919년, 대한민국의 독립정신을 널리 알리고 일본의 압제에 저항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3.1 운동은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최대의 민족운동으로 한민족 독립운동의 길을 변화시켰다. 이러한 독립운동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독립의 염원을 마음에 품고 뜻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전쟁에도 기꺼이 참전하는 일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일어나 후대에 애국의 정신을 알리고 있다.
  그 예로 알려진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칼럼의 시작에서 만났던 토마스, 본명은 데보라 샘슨이다.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탓에 친척 집과 이웃집을 전전해야 했던 데보라는 여성에게는 교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데다 아들만 10명인 토마스 집안에서 10살 때부터 8년간 가정부로 살게 되었음에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아 훗날 선생님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남자아이들과 함께 자라면서 총을 쓰는 법과 사냥하는 법 등을 함께 배운 데보라는 미국 독립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가슴을 붕대로 동여매고 남장을 한다. 당시 여성들의 평균 키가 140cm 초중반이었던데 반해 데보라는 무려 180cm가량이었으니 남성으로서도 큰 키였던 셈이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입대에 성공한 데보라는 수차례 전투에 참전하며 공을 세웠고 총알이 다리에 박히는 부상도 입었으나 결국 전쟁의 막바지까지 근무할 수 있었다. 여자인 것을 들키지 않은 채로 전쟁이 끝나 제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느 날 근무 중 독한 열병에 걸려 쓰러진 데보라를 진찰한 의사는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피터슨 장군에게 보고한다. 당시에는 여성이 입대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바로 질책하며 군에서 쫓아내는 것이 관례였으나 피터슨 장군은 데보라의 그간 공적을 인정하고 명예제대 시켜주었다. 이후 데보라는 미국 최초의 여성 강연자로 활동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알렸고, 미국 정부에서는 군인 연금을 요구하는 데보라에게 일반적인 연금보다 조금 더 후하게 보상해주었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하여 오천만 명이 살고 있는 이 나라를 개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용한 이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지켜내어 만인에게 이롭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를 꿈꾸며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던 독립투사들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세계사를 되짚어보면 세상을 바꾸고 발전시킨 수많은 사건들은 대부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큰 불길을 만들어냈고 이는 혁명이 되어 나라를 개혁시켰다. 3.1 운동을 이뤄냈던 그때 그 정신처럼 2017년에도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도, 꺼지지도 않는 우리들의 촛불들이 모여 역사에 길이 남을 큰 발전을 이루어내길 염원한다. 

   
이주은 작가

이주은 작가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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