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세 개의 선본이 출마했다. 그간 진행된 총학 선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 때문일까. 어떤 선거보다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결과를 기다렸다. 결국 당선된 곳은 비총학 계열이라 불리는 2번 선본.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딱히 이번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실 어떤 후보가 당선되어야 좋을지 답조차 찾지 못했었다. 나름 3년간 쌓인 기자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히 후보들을 분석했었는데. 기자로서 명백한 자격 상실이다.
  이번 선거에 가장 영향을 끼쳤던 것은 총학의 ‘세습’논란이었다. 근 몇 년간 총학의 자리는 같은 사람들이 채워왔다. 임기를 마친 회장단은 곧바로 다음연도 총학의 구성원이 된 것이다. 소통의 문제는 이 세습에서 시작됐다. 올해 총학은 소통의 부재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딱히 현 총학의 문제라고만은 할 수 없다. 매년 총학은 소통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를 아쉬워하며 한해를 마무리했다.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이들이 다시 모였으니, 문제가 해결 될 리 없었다. 불만을 가진 학생들은 결국 1번 선본에 칼날을 겨눴다. 총학 계열이라고 불리는 1번 선본이 당선되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수년간 쌓여온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1번 선본을 압박했다. 그들이 당선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우습게도 2번 후보의 당선도 그리 안심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중점적으로 내세웠던 ‘학생과의 소통’은 이미 한차례 논란이 됐다. 그들은 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해 ‘테니스장 한 곳을 풋살장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만들어냈다. 이후 테니스장 폐쇄를 반대하는 여러 학생들의 반대 의견도 수렴해 ‘풋살장 건립’으로 내용을 수정했다. 그들이 내세운 소통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또 다른 공약은 사실관계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당선자들이 공약집에 적어둔 내용은 <부대신문>이 ‘몇 년 전’ 작성한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실관계가 달라진지도 이미 몇 년이 흘렀다. ‘학생회를 경험하지 못해서 서투르다’는 말은 자연스레 그들의 변명이 됐다. 당선 소감에서도 똑같은 말이 등장했다. 이쯤 되면 내년 학생들의 비판에 대한 답변이 어떠할 지 어느 정도 예상된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1,377명에 달하는 기권자 수였다. 마음이 가는 선본이 있었다면 굳이 기권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는 선거 후보들에 대한 강한 반대로 해석된다. 반대의 이유는 간단했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해야함에도, 딱히 선택하고 싶은 후보가 없었던 것이다. 필자의 복잡한 마음도 여기서 비롯됐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총학과 내년도를 시작하는 당선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면 좋았을 텐데 미처 그러지 못했다. 복잡한 마음에 대책 없는 비판만 늘어놓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당선자들의 말에 글을 써낸다. 이 한림원도 학생사회를 걱정하는 한 학생의 우려로 받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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