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마지막 취재수첩을 쓰려 한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여태껏 달려온 날들을 돌아보고, 힘들었던 기억은 모두 떨쳐버릴 수 있으니까.
어느덧 우리 학교 제48대 ‘헤이! 브라더’ 총학생회(이하 총학)도 마지막에 다다랐다. 총학의 한 해를 돌아보기 위해 총학 유영현(철학 11) 회장과 양인우(물리교육 11) 부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총학 선거에 동맹휴업까지 겹쳐 마감날인 금요일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필자가 총학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은 소통 문제였다.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헤이! 브라더’ 총학은 선거운동 당시 브라더라는 이름에 걸맞게 형, 오빠, 남동생처럼 학생들과 소통하겠노라 약속했다. 하지만 임기 초부터 소녀상 건립모금이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 채 진행된 것에 논란이 제기됐다. 일단 소녀상 모금부터 추진한 뒤, 학내의 여론을 만들어나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시국선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는커녕,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소통을 ‘잘한다’는 것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헤이! 브라더’ 총학 회장과 부회장 모두 소통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들은 집행 책임까지 맡다 보니 컴퓨터 앞이나 전화기 앞에 앉아있던 때가 더 많았다고 실토했다. 사실 그랬다. 총학이 하는 일은 많아보였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와 학생들의 뜻을 들으려는 총학의 모습은 자주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조직인 총학에게 소통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학생권리를 찾아주겠다 약속한 만큼 소통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었을까. 이번 총학의 소통에 필자가 성적을 매기자면 수우미양가 중 ‘미’이다. 그들에게는 학생 의견을 묻는다는 형식적 절차만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시행된 동맹휴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총학은 동맹휴업 직전까지 투표를 진행했고, 동맹휴업 당일 새벽 1시경에서야 공지를 게시했다. 학생의 의견을 들으려 했지만, 부족했고, 미흡했고, 서툴렀다.
그들의 일 년은 그리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해 진행했던 학내 모금활동의 불법 논란, 대동제 ‘Hello 조선’ 비난, 총학 시국선언 논란까지 모두 한 해 동안 감당하기 어려웠을 일들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2일 만났던 총학 유영현 회장과 양인우 부회장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당선 직후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유영현 회장은 웃으며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한편으로는 그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총학으로서 해야할 소통을 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싶기도 했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헤이! 브라더’의 처음부터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가장 기억하게 될 것은 그들의 뒷모습이 아닐까. 이전의 잘못은 지난 일이라 묻되, 임기의 끝까지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문장의 마침표를 찍기까지, 그 문장은 끝난 것이 아님을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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