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간된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는 세월호 참사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얼마 전 이 소설은 제33회 요산 김정한 문학상을 수상했다. 요산 김정한이 누구인가. 이광수, 서정주 등의 친일 문학인들과 달리, 일제강점기에 끝까지 항일 저항정신을 잃지 않았던 문인이다.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에는 여러 진보문학 단체를 이끌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켰다. 무엇보다도 1950년부터 1974년까지 바로 이곳 부산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요산의 소설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그의 정신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아무리 힘들어도 불의와 타협하지 말고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한 요산 정신이 선택한 작품이 바로 김탁환의 소설이다.
 
  <거짓말이다>는 르포르타주 형식이 가미된 독특한 소설이다. 단언컨대,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뜨겁고 감동적이다. 흥분과 분노를 억누르며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차가워진다. 소설 제목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가리고 왜곡한 수많은 발표와 주장들에 대한 작가의 답변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경수 잠수사가 맹골수도로 와 달라는 연락을 받은 건 2014년 4월 21일이었다. 배가 가라앉고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72시간의 골든타임이 지난 후였다. 구조가 아니라 수색과 수습을 위해 민간 잠수사들이 동원된 것이다. 
 
  시야 20cm, 깊이 40m의 침몰된 여객선 내부. 선체가 90도로 기운 탓에 복도의 폭은 높이로 바뀌었다. 온몸을 접거나 구부리거나 엎드려야 간신히 복도와 객실과 계단을 통과할 수 있다. 
 
  실종자를 발견하면 잠수사들은 맨 먼저 말을 건넨다. 나경수 잠수사도 가슴에 이름표를 단 남학생을 발견한 후 이렇게 말한다. “종후야! 올라가자. 나랑 같이 가자” 며칠 후 또 다른 여고생에게도 그는 이렇게 인사한다. “고마워. 와 줘서” 잠수사는 사망한 실종자를 두 팔로 꽉 끌어안은 채 심해의 어둠 속을 빠져나온다. 
 
  소설을 집필하기 전, 저자는 팟캐스트 방송 ‘4·16의 목소리’를 진행했다.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된 故 김관홍 잠수사를 만난 것도 그 시기였다. 하지만 소설에서와는 달리, 故 김관홍 잠수사는 수색작업의 후유증으로 올 6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김탁환 소설가는 이른바 본격소설보다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글쓰기를 해왔다. <불멸의 이순신>,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조선 마술사> 등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런 작가에게 세월호 참사는 인간으로서, 작가로서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 ‘생애적 사건’이 되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참사 이후 작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날, 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는지, 왜 300여 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지금 밝혀져야 미래의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캠퍼스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디선가 요산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타협하지 말고 저항하라. 사람답게 살아가라. 
 
황은덕(교양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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