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미스테리아>, <릿터>는 기존 문예지 형식에서 벗어나 대중의 성향을 적극 반영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줄어드는 구독자 수와 작년 신경숙 표절 사태로 위기를 맞은 문예지 시장. 하지만 이러한 불황 속에 최근 연이어 출간된 젊고 대중적인 감각의 문예지가 독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 민음사는 40년 동안 연재한 <세계의 문학>을 폐간하고 올해 <릿터(Littor)>를 창간했다. 올해 1주년을 맞은 <악스트(Axt)>와 <미스테리아(MYSTERIA)>도 1만 부가 판매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존 문예지의 형식에서 탈피해 독자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형식으로 변신했다.

 
잇따른 문예지 위기 속 떠오른 새로운 움직임
 
  기존의 문예지는 해가 거듭될수록 악재를 맞았다. 특히 작년에는 출판사의 대소를 막론하고 많은 문예지가 고전을 겪었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던 민음사의 <세계의 문학>이 폐간되고, <솟대문학> 같은 소규모문예지도 폐·휴간 소식을 알렸다. 창비의 <창작과 비평>이 1만 부수의 발행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사태로 문예지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문예지는 출판사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문예지 편집위원 대부분이 문학평론가이며, 이들의 비평이 출판사가 키워내는 유명 작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러나 신경숙 작가의 표절 사태로 고질적인 관행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는 기존 문예지의 체제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호황기를 맞은 문예지도 있다. △릿터 △악스트 △미스테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7월 도서출판 은행나무가 창간한 <악스트>는 최신 9호까지 1만 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엘릭시르에서 창간한 <미스테리아> 또한 초판 3000부가 매진됐고 출판 부수를 점점 늘리고 있는 추세다. 제일 최근 창간된 민음사의 <릿터> 또한 초판 5,000부가 매진되어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문예지
 
  대중의 호응을 얻은 문예지들은 모두 ‘독자’들과 가까워지는 형식을 취했다. 이는 현대적인 디자인과 사진으로 장식된 잡지의 표지부터 드러난다. 현대 미술로 표지를 디자인한 릿터의 대표 편집인 서효인 시인은 “기존의 문예지 형식보다 조금 더 잡지다운 형태로 디자인과 판형에 차별점을 뒀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체적인 외관 변화에 박일환 시인은 “젊은 감각에 맞춘 시각적 효과를 이용해 읽는 잡지뿐만 아니라 보는 잡지로서 독자층에 호감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새로운 문예지는 기존의 두꺼운 단행본 형태의 문예지에 비해 얇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문화사회연구소 박범기 연구원은 “대중들의 읽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에 맞춰 읽기 간단하고 가벼운 분량의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용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들이 집중한 것은 대중이었다. 기존 문예지에서 무겁고 어려운 담론을 전하는 비평보다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문예지가 비평을 크게 다루지 않고, 서평 형식의 짧은 글로 이를 대체한 점에서 크게 드러난다.
 
  먼저 악스트는 시와 평론 없이 소설에 집중했다. 악스트 백다흠 편집장은 “대부분 편집인이 소설가이며, 소설을 전문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잡지가 되고 싶었다”고 악스트를 설명했다. 미스터리 문학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는 문학 외에도 관련 장르의 △영화 △만화 △여행 등 다양한 분야를 잡지에서 다루고 있다. 릿터는 독자가 바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자처하면서 다른 잡지보다 독자에 주목했다. 이는 창간호에서 ‘읽는 당신’이라는 기획으로 가수 샤이니 종현을 인터뷰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콘텐츠를 두고 김미정 문학평론가는 “대중들이 더 이상 고담준론에 호응하지 않는 것을 포착하고 어떻게 그들과 소통할 것인지 고민한 결과”라며 “독자들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지향한 콘텐츠들을 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일화 우려 속 더 넓은 
문학의 장이 되기 위해
 
  하지만 문단에서는 새로운 문예지에 비평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현 문학평론가 “비평에는 문학계가 시장에 종속되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주는 역할이 있다”며 “독자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만 선별되면 문학의 상업화가 다가올 수 있다는 걱정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독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들만 선별되는 흐름이 형성되면 문예지의 다양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에 박범기 연구원은 “새로운 문예지가 인기를 얻으면서 문학의 담론을 형성하던 기존 문예지가 없어지고 축소되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기존 문예지가 안고 있던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진석 문학평론가는 “새로운 문예지들은 관행으로 다져온 문예지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을 선언하며 창간된 것”이라며 “이러한 때에 다양한 형식의 실험이 이뤄져 문학 장(場)이 대중과 호흡하고 공감될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지금 시도되는 문예지의 변신을 지켜보자는 것이 문단의 공통된 견해다. 손남훈 문학평론가는 “대중과의 접점이 형성된 것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한편으로 지나치게 대중성만을 추구하면 문학이 사회에서 수행할 역할을 놓칠 수 있으니 이를 경계하면서 지켜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