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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행동과 공간디자인의 관계, ‘디자인 환경 심리’
  • 이태경 주거환경학과 교수
  • 승인 2016.12.05 05:09
  • 호수 1535
  • 댓글 0
   
 

  우리의 행동은 환경의 맥락 안에서 이루어지고 환경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특히 실내공간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근무하며, 여가생활을 하는 등 대부분의 생활을 하는 삶의 기본적인 장소이다. 따라서 실내공간은 물리적, 사회적 환경과 함께 거주자들의 사회적, 심리적 특성 및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이때 디자인 환경 심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디자인 환경 심리학이란 개인과 그들을 둘러싼 물리적-사회적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간행태를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를 포함한 환경과의 상호관계를 포괄하고 있다.
사회적 환경과 인간행태와의 상호관계에 관한 연구는 △개인 공간(Personal Space) △영역성(Territoriality) △프라이버시(Privacy) △과밀(Crowding)을 통해 설명 가능하다.
개인 공간은 침입자가 들어올 수 없는 개인의 신체를 둘러싼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이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완충적인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며 인간 상호 간의 접촉을 조절하고 바람직한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이루기 위한 기능을 한다. 개인 공간은 개인 상호 간의 관련성과 활동에 따라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 0~46cm)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 46~1.2m)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1.2~3.6m) △공적 거리(Public distance, 3.6~7.6m)로 분류할 수 있다. 2011년 한 치약회사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TV 광고를 만들어 재미있게 풀이하기도 하였다.

타인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는
‘영역성’

영역성이란 개인이나 집단의 물리적 공간에 대한 소유권 행사를 위한 일련의 인식 및 행동을 의미한다. 개인 공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은 공간으로 눈에 보이지 않고 사람 중심으로 이동하며 타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인데 반해, 영역은 주로 장소의 일부를 점유하거나 소유하여 타인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장소를 중심으로 고정된 공간을 말한다. 따라서 영역표시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공간이나 사물의 점유 또는 소유를 타인에게 알리는 보호 기능으로써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주택의 높은 담장,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내 자리에 책과 필통 등의 사물을 두는 것 등이 영역표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영역성 역시 공간의 점유 기간, 지각된 소유권, 개인화 정도에 따라 △1차 영역(Primary territories) △2차 영역(Secondary territories) △공공 영역(Public territories)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영역성은 장소에 대한 △소유권 또는 권리 △개인화 또는 구역의 표식 △침입에 대한 방어의 권리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의 충족에서 미적 욕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범위와 기능에 도움을 제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접근에 대한 통제 ‘프라이버시’
주관적 밀도 ‘과밀’

프라이버시란 개인 간의 경계 조정 과정으로서 이것에 의해 개인이나 집단은 타인들과의 상호작용을 조정하게 되는 것으로 개인 공간과 영역성은 프라이버시 획득을 위한 주요한 메커니즘의 특성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격리, 은폐, 상호접촉의 회피 개념 등 배타적인 성격을 강조하였으나 근래에 들어와서는 타인에 대한 자아 개폐의 조절 및 선택의 자유를 통해 바람직한 상호작용 수준을 달성시켜 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즉 프라이버시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접근하는 것에 대한 선택적인 통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에 성취한 프라이버시가 원하는 프라이버시 수준보다 더 높을 경우에는 사회적 고립이 발생하고 성취한 프라이버시가 원하는 프라이버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과밀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과밀이란 주어진 밀도 상황에서 느끼는 개인의 인지에 의존하는 주관적인 용어로, 개인이 원하는 정도보다 프라이버시를 적게 확보하여 개인이 원하는 이상의 상호관계를 경험하게 될 때 과밀하다고 느낀다. 과밀은 밀도의 개념과 구별하여 이해하여야 한다. 밀도는 공간적 밀도와 사회적 밀도로 구별된다. 공간적 밀도는 일정 면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고, 사회적 밀도는 인간 상호관계 접촉의 빈도로 의미한다. 공간적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인간 상호작용의 접촉이 더 자주 일어나게 되므로 사회적 밀도는 높아질 수 있으나 공간적 밀도가 반드시 사회적 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과밀은 밀도의 고저와 무관하게 개인이 느끼는 혼잡의 정도이고 사람들이 공간에 반응하는 최적수준은 과거의 경험, 문화, 개성, 상황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람마다 과밀을 느끼는 상황은 다를 수 있으며, 밀도가 높다고 무조건 과밀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공간적 밀도가 높더라도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과밀하게 느끼지 않고, 밀집성이 요구되는 상황(예: 공연장, 야구장, 집회 등)인 데 비해 지나치게 낮은 밀도를 나타내는 경우라면 오히려 적절하지 못하다.

Meyer가 제안한 최적의 병실 조건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4가지 개념을 반영한 병실디자인의 사례를 살펴본다. Meyer(1972)는 치유환경과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병실 개념을 제안하였다. 첫째, 환자들은 자신이 누워있는 병상에서 원한다면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한다. 즉, 환자가 프라이버시를 희망할 경우 이를 확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환자들은 자신의 영역을 한정하는 요소를 변화시킴으로써 원한다면 다른 환자와의 사회적 접촉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환자들이 원한다면 간호사들과 시각적인 의사소통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병상 주변에는 환자들의 개인용품을 위한 옷장, 사물함, 세면대, 화장실 등이 개인적으로 확보하여 환자 개인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환자들의 병실 또는 병상에서 외부의 자연환경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Wischer(1974)는 환자가 회복될수록 프라이버시와 이웃 환자와의 소통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므로 △병실에 가능한 한 개인적 독립성을 위한 영역성(Zone)을 설치할 것 △환자에게 선택의 가능성을 주기 위하여 병동 내에 개실과 다인병실을 준비하여 둘 것 △각 방의 벽은 옆 사람끼리 서로 접촉할 수 있게 가변적으로 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은 병실은 환자의 심리적 환경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환자의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간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디자인 환경 심리

디자인 환경 심리 연구의 주요한 목적은 인간과 공간이 주고받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 개인과 그가 사용하는 공간 사이에는 다면적인 강한 관계가 있으며, 동일한 공간에 대하여서도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내지만 그 반응이 무작위적인 것은 아니다. 인간과 공간의 상호관계와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디자인 환경 심리학 연구는 실내공간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공간과 관련한 학제적 학문 분야에 적용되어 폭넓은 학문적 관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위) 2011년 LG생활건강 페리오 46cm 광고 중 한 장면(사진 LG생활건강 갈무리)
아래) 영역성의 주요 기능인 안정감과 개체성을 보여주는 예. 아파트 단지의 담장 모습(출처 위키트리)

 

   
위) 밀집성이 요구되어 과밀하다고 느끼지 않는 경우의 예. 부산 사직야구장 현장 모습(출처 SBS뉴스)
아래) Meyer에 의한 병실 개념(사진 김용우:한양대 석사학위논문)

 

   
이태경
주거환경학과 교수

 

이태경 주거환경학과 교수  sonmom@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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