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찾아오는 눈꽃은 포근한 아름다움으로 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의 역할도 한다. 이렇게 매력적인 눈은 과학자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천문학자 케플러는 <육각형의 눈송이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작성했고, 세포의 발견자로 널리 알려진 로버트 훅은 1667년 <마이크로그라피아>를 통해 세포뿐 아니라 눈의 결정 모양도 관찰했다. 케플러는 자신의 논문에서 눈송이의 육각 대칭과 꽃에서 발견되는 모양을 비교했지만, 왜 눈송이가 육각형을 이루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한 대답은 300년이 지난 후 X선 회절을 이용해 결정을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알려졌다.
  눈송이 모양을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가 뻗어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양을 ‘덴드라이트(dendrite)’라고 부른다. 이는 일반인들에게는 나뭇가지 모양이라는 뜻이고, 지질학자에게는 모수석, 생물학자에게는 수상돌기, 화학자에게는 수지상 결정을 뜻하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러한 나뭇가지가 수학자에게는 ‘프랙털(fractal)’로 보인다. 프랙털은 ‘부서진’이라는 뜻의 라틴어 ‘프랙투스(fractus)’에서 따온 말로 1975년 프랑스 수학자인 만델브로트(Benoit Mandelbrot)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프랙털은 나무의 잔가지들이 전체 나무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이 작은 부분이 전체의 구조와 닮아있는 형태를 말한다. 즉 프랙털은 작은 부분이 전체의 부분과 닮아있는 소위 ‘자기 유사성’이 있는 구조를 말한다.
  1970년대 IBM의 연구원이었던 만델브로트는 주식이나 전기 회로의 간섭을 연구하던 중 이것들이 마치 해안선의 모양과 같이 자기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주식의 변동 그래프를 보면 일 년이나 한 달, 하루 사이의 그래프가 모두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러한 프랙털은 주식과 같이 특이한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는 매우 흔하게 존재하는 구조이다. 예를 들면 해안선, 구름, 강줄기, 산맥, 다양한 동식물 등에서 볼 수 있다. 구름을 가까이 가서 확대해 보면 멀리서 봤던 모양과 유사한 모양으로 되어 있다. 번개나 강도 본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줄기에서도 더 작은 줄기들이 갈라져 나와 결국 전체 모양과 닮아 있다. 산맥을 이루는 암석이나 돌에서도 산맥의 모양과 비슷한 구조를 발견할 수 있으며, 브로콜리나 고사리에서도 프랙털 구조를 볼 수 있다. 자연에서 프랙털 구조가 발견되는 것은 간단한 규칙만으로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눈송이도 무수히 많은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 형태가 만들어지는 규칙은 복잡하지 않다. 물 분자는 ‘V’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수소가 이웃한 산소와 결합하게 되면 육각형의 얼음이 형성된다. 육각형을 이룰 때 남은 수소는 위쪽이나 아래쪽으로 배치되고 이렇게 하여 육각형들이 모여 육각기둥이 형성된다. 즉 물 분자 한개는 주변이 있는 네 개의 물 분자와 결합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1조개가 넘는 물 분자가 무작위로 결합해서 생기는 것이 바로 눈송이이다. 눈송이가 프랙털 구조를 가지게 하는 데는 단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는 수소결합이라는 하나의 규칙 밖에 필요하지 않다.
  눈꽃은 아름답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한 사람의 손끝에서 얼어붙어 ‘겨울왕국’이 된 듯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얼어붙을 것 같지만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촛불은 그나마 추운 겨울밤의 어둠 속에서 희망이 되고 있다. 나라를 걱정해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혼란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나라를 걱정하는 단 하나의 마음으로 눈꽃처럼 아름다운 질서를 만들어 냈다. 이것이 바로 혼돈 속에서 꽃을 피우는 창발(Emergence)이라는 자연의 원리이다. 평화적 시위가 소중한 것은 혼돈 속에서 아름다운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원석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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