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기상청 양진관 (지구과학교육 78, 졸업) 청장

 

 

올해 여름, 우리나라를 강타한 폭염은 기상청에 대한 불신을 불러왔다. 폭염의 종료 시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이었다. 지난 8월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상청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46.9퍼센트로, 50퍼센트를 채 넘지 못했다. 이러한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기상청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수도권기상청 양진관(지구과학교육 78, 졸업) 청장을 만나 답변을 들어봤다.

 


△기상학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지게 됐나.
부산대학교를 다닐 때 담당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에 故 문승의 전 기상청장이 기상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문승의 교수님은 성격이 괴팍했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교수님을 따르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상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기상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당시 지구과학교육과의 세부전공은 총 4가지로 나뉘어있었다. 그중 해양학 전공 교수님은 학교에 없었고, 지질학은 재미없어보였다. 또한 현대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천문학은 너무 어려웠다. 모두 제외하고 남은 것이 기상학이었다. 막상 공부를 하다 보니 많은 재미를 느꼈고, 막연하게 기상학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상청을 들어오기 전, 교사로 재직했다고 들었다.
당시에는 사범대학을 졸업하면 몇 년간 교사로서 의무복무기간을 지내야 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나는 3년간 교편을 잡았다. 이 기간 동안 교사는 나에게 맞지 않는 직업임을 깨달았다. 하루하루가 너무 밋밋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편한 직업이었지만, 그만큼 나태해졌던 것 같다. 그러던 중 기상청에서 같이 일을 해보자며 제안했다. 지루함을 느끼던 나는 곧바로 제안을 받아들이고 기상청에 입사하게 됐다.


△기상청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상예보다. 기상예보는 △단기예보(3시간 단위) △중기예보(10일 단위) △1개월 예보 △3개월 예보로 나뉜다. 단기예보와 중기예보는 예보국에서, 1개월 예보와 3개월 예보는 기후과학국에서 관여한다. 그리고 기상을 산업에 연관시키는 기상산업 서비스 진흥정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9월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부터는 지진에 대한 심층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지진을 감시하고 움직임을 분석해 국민들에게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를 포함해 엘니뇨, 라니냐 등 이상기후에 대한 예측·분석을 진행한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예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예보 정확도는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예보 콘텐츠나 내용 등은 굉장히 다양하고 뛰어나다. 과거 호주로 파견을 나간 적이 있다. 당시 호주는 기상예보를 할 때 정확하지 않은 표현들을 많이 사용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5km 단위로 기상을 예보한다. 그에 반해 호주는 도시 전체에 대한 기상만 예보할 뿐, 어느 도시 중 특정 지역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더 상세한 예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상예보를 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기상의 재해성이다. 모든 기상현상은 그 형태나 정도에 따라 재해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의 역할은 기상으로 발생하는 인적, 물적 피해를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기상현상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기상예보가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들의 요구에 맞춘 기상예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날씨만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전달하려는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기상청의 목표는 언제나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보 정확도에는 비가 올 가능성에 대한 예측 성공률만 기록되고, 정확한 수치에 대한 예측 성공률은 고려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비의 형태와 양이다. 예를 들어 어느 특정 지역에 한 시간 동안 3~40ml 정도의 비가 내리면, 건물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양이 6시간 동안 내린다면 피해는 적다. 오히려 농사에는 큰 도움이 된다. 즉 강수의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정량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수라는 것이다.

△일기예보 오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소나기를 예보할 때 오보가 자주 발생한다. 시공간적 규모가 큰 현상이 아닌 국지적이고 단기간의 기상 현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강남구와 서초구는 위치상 거리가 가깝지만, 강수량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현재로써 이러한 현상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확보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지리적인 특성도 한몫한다. 날씨에는 해양과 대기간의 메커니즘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더 심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산이 매우 많다. 기상현상은 지형을 만나면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좁은 국토에 산맥이 많아 지형적 요인이 많이 작용해 지역적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예측하려면 기상예보관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과거 자료가 모두 검색되기 때문에 비슷한 사례를 비교해 기상을 예보한다. 그럼에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올 한 해 동안 기상청 오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상청에 대한 신뢰도가 50%도 넘지 못했을 정도다. 이 같은 불신은 어떻게 해소할 계획인가.
올해의 경우, 폭염 예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기상청의 오보까지 더해져, 불쾌지수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폭염 현상은 평년과 다른 점이 많았다. 하지만 폭염에 대한 기상예측은 기존과 똑같은 기후모델로 이뤄졌다. 상황에 따라 다른 수치모델을 적용해야 하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앞으로는 지구온난화 같은 이상기상 현상에 대해 더 고민하고 기상예보를 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국민에게 지탄받을 일은 줄어들 것이다.

△수도권기상청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수도권기상청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국민에게 지역적 특성 및 수요자 요구에 맞는 ‘맞춤형 기상기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1월 설립됐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앞으로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기상서비스를 갖춰갈 예정이다. 또한 직원들이 창의성 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마련해줄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도권기상청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부산에서 기상 관련 업무를 이어가고 싶다. 기상 업무는 기상청 본청뿐만 아니라 지방청에서도 같이 노력해야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무보수로라도 부산기상청을 도와 일하고 싶다.

△ 개교 70주년을 맞은 부산대학교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부산대학교를 포함해 모든 학교가 마찬가지겠지만, 과학 인문 분야 등 세계 일류 대학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산을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성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대학만의 노력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과 정부 모두 노력해서 구조 변화를 이뤄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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