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큰 도전 없이 자신의 주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왔던 나는 무채색에 가까웠다. 처음으로 ‘나의 색깔을 찾자’라며 시작한 대학 신문사는 내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모험이었다. 그 무게감도 모른 채, 재밌고 다양한 경험만 할 것이라는 알량한 생각만 가지고 결심한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술인들이나 청년단체를 만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문화부’에 들어가게 됐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던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은 나에게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인디음악을 좋아한다는 점과 전공이 경영이라는 점을 연결해, 문화예술경영 분야라는 하나의 선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희미하게나마 내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과정은 나에게 늘 고민이었다. 독자들보다 한발 앞서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그 내용을 취재원들에게 빠짐없이 물어보는 일은 버겁게 느껴졌다. 한 가지 내용이 이해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느린 성격 탓에 실수도 잦았다. 그리고 마감 때가 되면 기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내 글이 떳떳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급기야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 점점 잊어버리게 되었고 다시 무채색의 심심한 나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또 정신없이 쫓기듯 일주일을 보내고 낙수를 쓰는 주가 다가왔다. 내가 무엇을 했다고 나를 돌아보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 도중, <부대신문> 홈페이지로 신문을 읽다가 문득 검색창에 내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1년 동안 써왔던 기사는 생각보다 많았다.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내 손을 거친 기사들이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기사를 하나하나 천천히 읽는데 당시 취재원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귀에 들리는 듯 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모두 달랐지만 그 목소리를 모아서 담아내는 것은 바로 나였다. 그 때 하고 싶었던 일을 결국 기억해낼 수 있었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임을 깨달았다. 앞으로 하고 싶고 성취해 나가야 할 목표를 찾는 것은 쉬웠다. 다음 연도에도 그저 해오던 일을 계속해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지만 같은 마음가짐과 태도로 머물러 있기는 싫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보냈던 지난날. 다시 반복하라면 거절하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더 철저해질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전하기 위해 두발 앞서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직접해보며 나를 완성해나가고 싶다.  
 
  주위 사람들은 장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다른 중요한 기회를 이미 놓쳐버린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바뀔 수도 있고 계속 이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 배운 것이 참 많은 일 년이었다. 하지만 나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일 년을 다시 되풀이할 자신은 없다. 지나온 일 년을 되새기며 반성하고, 앞으로 새로운 색으로 채워나갈 다음 일 년을 기대한다. 
 
김미주 (경영학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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