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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혐의와 정치적 책임, 박근혜 대통령의 죄와 벌
  • 주형우 문화부장
  • 승인 2016.11.14 15:22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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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파문. 청와대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 그녀가 지어야 하는 책임은 무엇일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최순실 씨의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가 공개되면서부터다. 해당 태블릿PC에서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 열람했다는 증거, 더 나아가 각종 국가 사안들에 대해서도 관여해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시국은 전혀 수습되지 않았고, 민심은 더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조사 임박, 혐의는 무엇일까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수사는 물론 특별검사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번 사태에서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가장 먼저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지난달 24일 <JTBC 뉴스룸>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등 문서 44건이 공식 연설 이전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에게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대통령 연설문과 고위공직자 인사 자료 등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을 최순실 씨에게 전달했거나, 이를 지시했을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 이광철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출된 문건 대부분이 국가 주요정책에 관한 것들이고 대부분 집행 전의 구상이라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매우 크다’며 ‘대통령 취임 이후 최 씨에게 연설문 등을 넘긴 행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문서를 넘기라고 지시한 증거도 확보됐다. 검찰이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의 대포폰에서 해당 사실이 기록된 녹음 파일을 발견한 것이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던 녹음 파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최순실 씨에게 보여주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황이 확보된 만큼 혐의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재단 기금 모금, 뇌물죄도 적용될 수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과 설립을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측근들의 진술과 정황이 나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의 혐의도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이 출연한 기금은 774억 원. 작년 7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하 수석)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삼성, 현대 등 7개 대기업 총수를 독대해 기금 출연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으로 밝혀졌다. 지난 2일 검찰에 출석한 안종범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재단 기금을 모금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난 11일 안종범 전 수석 측 관계자는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했다’며 ‘안종범 전 수석도 이 이야기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는 두 재단의 모금과정에서 사실상 강제성이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석된다.
 지난 10일 열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주최 토론회에서 민변 김남근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에게 774억 원을 거둬들인 것에 대하여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자리에서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민원 사업을 정책에 반영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일부 대기업은 이익을 얻거나 불이익을 면할 것을 기대하고 거액을 제공했기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문제에서 핵심으로 자리 잡은 것은 기금 모금에 대한 대가성 증명이다. 물론 구체적인 집행행위와 대가성이 없어도 포괄적인 관계에 있으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된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제3자 뇌물공여죄’ 적용이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을 고발한 참여연대 측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모금이 이루어졌던 당시에 노동개혁 5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전경련이 요구하고 경제정책들이 추진되었다’며 ‘박근혜 대통령 등이 재벌 총수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인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 일축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타인에게 양도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단순 법적인 책임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 사태의 실체가 밝혀진 후,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미 국민들은 단순 진상규명을 넘어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하야해야 한다며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국민 10명 중 6명이 대통령의 자진 사퇴 혹은 탄핵을 요구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지난 12일 서울에서는 ‘2016 민중총궐기’ 집회 행진이 개최돼, 약 100만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결심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2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며 하야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더 큰 국정혼란과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을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만 합니다’라고 덧붙이며 국정 수행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하야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로 해석된다.

 

대통령 탄핵론 대두, 현실 가능성은?


 이렇듯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이 낮아지자, 정치권에서는 탄핵론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탄핵은 헌법적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가장 명확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62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탄핵소추안 발의는 300개의 국회의석 중 171석(△더불어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야권 성향 무소속 6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 단독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가결이 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의 129석 중 29석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가결이 되더라도 탄핵심판 절차가 뒤따른다. <대한민국 헌법> 제113조 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2항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현 5기 헌법재판소 재판관 대부분이 이명박 또는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탄핵 결정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거국중립내각, 총리 권한이양 두고 논쟁 이어져


 이런 이유로 거국중립내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거국중립내각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한정되지 않은 중립적 내각으로,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인물들로 꾸려진다. 특히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내각이 국정을 주도해 사실상 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2선으로 물러난다는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거국중립내각은 헌법상에 규정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국무총리와 내각의 권한 범위에 따라 위헌이 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거국중립내각이 성립되는 과정에서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실제로 거국중립내각 논의 중 권한이양에 대해 여야 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을 사실상 철회하고 국회 추천 총리 수용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배성례 홍보수석은 ‘야당에서 언급하는 거국중립내각 총리는 헌법에 없는 언어지만 그 권한을 총리에게 드린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측은 국회 추천 총리 수용뿐만 아니라 2선 후퇴 선언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총리에게 조각권을 주고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국회 추천 총리가 국정 운영권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검찰 조사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제 검찰로 향하고 있다. 정확한 진상 규명과 법적 처벌, 확실한 정치적 책임.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형우 문화부장  sechkiwkd11@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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