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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춘 인문학 열풍 속 사라진 사유?
  • 박지영 기자
  • 승인 2016.11.13 03:20
  • 호수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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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나면 지적 대화에서 당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인문학적 화제를 풍부하게 제공할 넓고 얕은 토막상식을 알려 드립니다’. 최근 이러한 홍보 문구를 건 인문학 서적과 강의 등이 늘어나고 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이 쉽고 재밌게 다가오면서 인문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인스턴트 인문학’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는 인문학 열풍,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쉽고 재밌게 인문학을 즐기다

△언어 △문학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 등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인문학을 쉽고 간단하게 서술하여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에 발간된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얕>)은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오르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인문학을 교양 지식으로 전달하는 서적들도 계속해서 출판되고 있다. 또한 OtvN <어쩌다 어른> 등의 인문학 교양 강의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인문학을 쉽게 정리해주는 콘텐츠가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대얕>과 <시민의 교양>을 기획·편집한 웨일북 권미경 대표는 “기존의 권위적이고 딱딱한 인문학의 갑옷을 벗기고 쉽고 친밀하게 다가간 것이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인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경쟁사회와 피로사회로 지친 현대인들이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형식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이남원(윤리교육) 교수는 “사회가 인문학을 요구하지만 현대인들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요약된 형태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문학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돼 해설과 정리가 잘 된 콘텐츠를 찾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세환(중어중문학) 교수는 “대중들은 정리식의 콘텐츠를 접하면서 본인이 인문학을 실천한다는 만족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중에게는 일보 전진
인문학에선 일보 후퇴?

이러한 인문학 콘텐츠는 대중들이 인문학에 접근하여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남다영(동래구, 24) 씨는 “가볍게 구성된 인문학 콘텐츠들은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며 “덕분에 전보다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훨씬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김경연(국어국문학) 교수는 “인문학이 아카데미 내에서만 학문으로 논의돼서 일반 대중들이 접하기엔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며 “말랑말랑한 인문 서적과 강의가 진입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문학의 본질을 벗어난 반(反)인문학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주광순(철학) 교수는 “인문학은 질문하고 비판하는 학문인데, 현재의 열풍은 질문보다 답을 전하는데 치우쳤다”며 “사색 없는 상품화된 인문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병언(영어영문학)교수는 “주입식으로 지식을 던져 사유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질문과 사색이 사라지고, 수동적으로 습득한 지식만이 인문학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시대 정리된
인문학을 사용하는 법

인문학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인문학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많은 인문학자들은 간단히 정리된 인문학을 접하되, 인문학을 실천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룡(한문학) 교수는 “유용한 지적 취득 방식은 맞으나, 지식 수용에만 그치면 안 된다”며 “인문학이 본래 지향하는 역사, 문화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까지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중들은 인문학 고전, 원전들을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전 속에 담겨있는 선인들의 물음과 지혜를 직접 느껴야만 인문학을 실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택(고고학) 교수는 “많은 인문학 고전들은 필자의 의도, 목적 등은 원전을 읽어야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고전이 지루하고 어려울지라도 한 번이라도 읽으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더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문학 강의의 경우 일방적인 지식 전달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많은 인문학 강의 형태는 일대다로 강연자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 치우쳐있다는 것이다. 김경연 교수는 “다수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형태는 결코 인문학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강연자와 참가자가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OtvN에서 방영되는 <어쩌다 어른>은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강연으로 큰 인기를 얻고있다

 

박지영 기자  ecocheese@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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