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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비법 일부 개정안 발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체제에 제동을 가하다
  • 김미주 기자
  • 승인 2016.11.13 03:19
  • 호수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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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대기업의 영화상영업과 배급업 겸업 규제를 주 목적으로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안 2건이 동시에 발의됐다. 법안의 시행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그동안 영화산업에서 거론된 문제들이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종환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은 세부 항목이 다르지만 상영관의 독과점을 방지한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영화 상영과 배급 겸업을 금지해 수직계열화를 규제 △영화관의 스크린 독점 방지 △예술·독립영화 전용상용관 지원 △영화 상영시간 내 광고 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영화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불공정 거래관행

이 같은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한국의 영화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한국의 영화산업은 관객 수가 한 해 2억 명이 넘었고 멀티플렉스 3사의 매출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극장과 거대 배급사의 수익만 증가할 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해져 왔다. 이에 흥행하는 영화가 관객들이 영화를 선호했기 때문인지 영화에 배정된 상영관과 스크린 수가 많아서 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홍정훈 간사는 “독과점 위치에 있는 CGV,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와 같은 멀티플렉스사의 수직계열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들의 불공정한 거래가 고착화되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4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CJ E&M의 영화를 CJ CGV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영화는 롯데시네마가 밀어주는 자사 밀어주기 행태를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에 대한 건’으로 제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불공정 행위가 심화돼 자사가 아니어도 거대배급사인 경우 밀어주는 관행을 보이고 있다. 영화 <검사외전>은 설이었던 지난 1월 9일 하루 동안에 전국 스크린 수의 70%가 넘는 1,812개의 스크린을 독점했다. 하지만 스크린 점유율은 33.9%로 비교적 낮은 수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퐁당퐁당’이라고 불리는 교차 상영을 포함한 수치이다. 한 상영관의 스크린에 여러 영화를 상영해 밀어주는 영화는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 배치하고 다른 영화들을 늦은 시간이나 오전 시간대로 미뤄왔다. 좌석 수가 많은 메인 상영관은 특정 영화만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스크린 독과점을 자행해 온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학과교수협의회 주유신 대표는 “전체 극장의 90%에 육박하는 멀티플렉스를 소유한 기업들이 배급과 상영을 통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다양성 영화가 제대로 상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영비법 시행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러한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홍정훈 간사는 “법안이 멀티플렉스사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관객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기대를 효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예술·독립영화의 전용상영관 지원 확대로 영화산업의 다양성을 되찾을 수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도종환 의원은 “제작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영화시장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영화산업 전반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이를통해 영화 관객들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산업의 독과점 형태로 생긴 관객의 불만도 해소된다. 참여연대의 멀티플렉스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관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상영 시간 내 무단광고 상영 △스크린 독과점에 따른 선택의 폭 감소 △비싼 영화티켓 가격 등으로 나타났다. 홍정훈 간사는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가 규제되고 상영시간 내 무단광고를 금지하는 항목이 포함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소비자와 다른 배급사를 향한 독단적인 횡포를 제재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상업과 배급업 겸업 제재에
시큰둥한 반응도 존재해

하지만 영비법이 실행된다면 오히려 영화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상영과 배급을 겸업을 제재한다면 대기업들이 투자배급업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제작자들은 안정적인 상영망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제작 편수가 줄고 영화에 대한 투자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영화인들은 이에 대해 너무 과한 생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사의 투자 감소로 산업의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영화 제작이 은행 금융자본이나 창업투자회사(조건 없이 창업자에게 자금을 투자)의 형태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유신 대표는 “CJ나 롯데의 투자가 영화산업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독점 기업을 제어할 방법이 필요했고 상영과 배급의 겸업 제재는 그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멀티플렉스사들의 상영 포기에 따라 기업이 매각돼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용 승계의 책임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정훈 간사는 “이는 수직계열화 제제를 반대하는 대기업 측의 주장”이라며 “독과점 지위를 차지한 대기업의 횡포가 업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관계자 그리고 영화 소비자에게 미치는 폐해가 훨씬 크다”라고 전했다. 특히 영화인들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성이 사라진 지금, △영화 제작 △배급 △상영 △투자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뻗쳐있는 대기업의 횡포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정한 영화산업을 위해
영비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

2006년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주도로 스크린 독과점 반대의 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2014년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이 스크린 독과점 완화를 위한 개정안이 발의됐었다. 하지만 모두 무산되었고 이러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대한 조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뿐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두 의원에 의해 영비법 개정안이 다시 발의되면서 고질적인 문제는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주유신 대표는 “법안이 시행되도 멀티플렉스와 같은 형태의 상영관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며 “블록버스터와 같은 영화에 대한 스크린 상한성을 결정하고 여러 스크린 중 일정 퍼센트는 다양성 예술영화로 상영하고 이를 최소 상영 일수제로 보호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정후 행정사무관은 “개정안이 발의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며 “오랫동안 있었던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인 만큼 △영화계 △업계 △학계 사람들을 단계적으로 만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미주 기자  o3ool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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