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교육부가 ‘2017년 교육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가 진행됐다. 당초 계획으로는 지난 11일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예정이었으나, 예산결산기금 소위원회에서의 논의가 길어지면서 의결 일자는 오는 15일로 연기됐다.
  교육부 예산안에서 고등교육 부문 예산은 작년 9조 1,784억 원보다 889억 원(0.9%) 증가한 9조 2,673억 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연간 물가상승률이 1.3%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 증액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고등교육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임기가 마지막 한 해를 남긴 시점에서 이는 사실상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부대신문> 1514호(2015년 11월 23일자) 참조’

 

증액된 889억 원 어디에 쓰이나

  교육부의 내년 주요 증액사업으로는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이하 ACE 사업)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고교교육 사업) △국립대학혁신 지원사업(이하 POINT 사업) 등이 있다. 그중 ACE 사업의 예산은 올해 594억 원에서 744억 원으로 증가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현장 만족도가 가장 높은 ACE 사업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늘어난 예산의 혜택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총장직선제’ 시행으로 이미 작년 지원금 23억 원 중 50%가 감액됐다. ACE 사업단 이선혜 팀장은 “올해는 25% 감액으로 감액률이 줄어들었으나 내년 감액률이 어떻게 변화할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내년 상반기쯤 정확한 예산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고교교육 사업 예산이 459억 원에서 552억 원으로 증액됐다. 고교교육 사업은 대학 입학 전형의 개선을 유도하고, 고교-대학 간 연계 활동을 활성화하여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사업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예산이 늘어난 만큼 내실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을 통해 ‘고교교육 사업에 선정된 대학의 입학사정관 중 80.8%가 임시직인 위촉사정관’이라며 ‘지원액의 60% 이상이 인건비로 사용된 만큼 입학사정관의 정규직화를 유도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POINT 사업도 85억 원에서 210억 원으로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POINT 사업은 교육부가 우수 혁신 국립대학교를 선정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늘어난 예산으로 4개교를 추가 선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총장간선제’를 채택하는 학교에 가산점을 주고 있어, 선정 과정에서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 김영철(전남대 전자컴퓨터공학) 상임회장은 “모든 국·공립대학교의 교수회가 재정지원 사업에 취지와는 다른 평가지표들이 있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몇 년째 교육부에 대해 해오던 항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사업이 종료되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은 사회 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플러스) 육성사업으로 확대 개편될 예정이다. 배정된 예산도 2,468억 원에서 2,602억 원으로 134억 원 증액됐다. 교육부는 이번달 중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 사회변화에 대비한 성장 잠재력 확충과 인문학 진흥 등을 위해 인문사회·이공학 분야 개인기초연구 지원도 확대됐다. 인문사회 분야는 1,364억 원에서 1,514억 원으로, 이공학 분야는 2,681억 원에서 3,034억 원으로 지원이 강화됐다.
  한편 150억 원을 투자해 학생창업기업에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대학창업펀드 조성 사업도 신설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교육부 정책연구는 다음달에나 완료될 예정이다. 이에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구체적인 운용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았고 대학의 참여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단계적으로 출자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예산 배정 축소된 사업도

  올해보다 배정 예산이 줄어든 부분도 있었다. 우선 국립대학 시설 확충 예산과 국립대학실험실습 기자재확충 예산이 줄어들었다. 각각 4,122억 원에서 3,842억 원으로, 876억 원에서 594억 원으로 감액됐다. 특히 감소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분은 실험실 안전 환경 기반 조성을 위한 예산으로, 250억 원 전액 삭감됐다. 이에 국립대학 실험실에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는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 학교의 경우 지난 6월 삼성산학협동관 3차원 레이저실험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이어 7월 제7공학관 2층 실험실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시설과 장세용 팀장은 “배정된 예산이 없으면 실험실 환경 개선 사업을 전혀 진행하지 못한다”며 “5억 원 수준의 예산을 대학본부에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이하 평단 사업) 예산도 대학 중심 평생학습활성화지원사업으로 통폐합돼 전액 삭감됐다. 평단 사업은 고령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발생한 평생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성인교육에 있어 대학의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해 고졸자의 선취업·후진학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사업이다. 그러나 이화여자대학교를 중심으로 평단 사업 추진에 대한 극심한 반대가 있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 특혜 논란이 빚어지면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이외에도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사업이 99억 1,900만 원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이 66억 9,700만 원 △여성공학인재 양성(WE-UP) 사업이 5억 800만 원 축소됐다.

지난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17년 교육부 예산안’ 심사를 진행했다
사진 <JTBC> 뉴스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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