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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도 과학의 변증이 필요하다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6.11.1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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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역대급 슈퍼문이뜬다. 68년 만에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로 일반적인 보름달에 비해 지름은 14% 크고, 30% 가량 더 밝을 것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예측하고 있다.

달은 지구 주위를 타원형으로 공전한다. 따라서 지구와 가장 가까워질 때가 있는데 이 때 뜨는 보름달을 슈퍼문(Super Moon)이라 한다. 물리적으로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때이면서 태양과 지구가 달을 잡아당기는 힘(인력)이 한 방향으로 작용해 평소보다 큰 보름달을 볼 수 있는 것. 슈퍼문은 14개월 주기로 나타나는 데 다른 태양계 천체들의 영향으로 매번 크기가 미세하게 다르다.
슈퍼문의 정체를 밝히기까지 과학은 오랜 변증의 시간을 겪었다. 보름달의 크기가 왜 매번 다른지, 언제 다시 뜨는지 예측하기까지 수많은 가설이 제기됐으며 반증을 통해 수정되고 철회되면서 지금의 이론에 이르렀다. 특히 대전제인 지구와 달의 타원형 공전은 수세기를 통한 변증 과정 속에 탄생됐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에우독소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고 모든 천체가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고 주장했고 에크판토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인 건 맞지만 자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중심설(천동설)은 13세기 프톨레마이오스가 정립했다.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있고 태양을 비롯한 모든 천체는 약 하루에 걸쳐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공전속도는 각기 달라서 시기에 따라 보이는 행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는 16세기까지 기독교 사회에서 세계관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이 때 코페르니쿠스가 반론을 제기했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고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도는 천체 중 하나라는 것. 그는 태양 중심 체계의 수학적 모델(태양중심설, 지동설)을 제시했고 이후 갈릴레이와 아이작 뉴턴, 브래들리 등의 과학자들 역시 이를 검증하면서 가설이었던 지동설은 천동설을 변증하며 이론으로 확고해져갔다.
이어 요하네스 케플러가 1609년과 1619년, 행성의 운동 속도에 대한 법칙들을 발표하면서 우주의 구조와 타원형 궤도까지 밝혀냈다.
이후로도 과학자들은 많은 가설과 반박 속에 수많은 항성계와 은하계를 밝혀냈으며 지금도 하루의 수 천 개의 논문이 또 다른 가설과 반박을 담고 세상 속에서 끊임없는 변증을 거치고 있다.
이외에도 과학사에 변증의 증거는 많다. 환경에서 획득한 형질이 유전된다는 리마르크의 용불용설은 당시 생물의 짧은 역사를 감안했을 때 진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유전자와 DNA가 발견되면서 인간의 형질에 대한 이론은 변증됐고 최근 이에 기반해 한국인 유전체 지도까지 완성돼 유전자를 통한 질병 치료의 길을 열었다.
과학이 이렇게 진일보 할 수 있었던 힘은 무한변증이었다. 수년의 관찰과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설을 제기해도 반증이 나오면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다시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겸허함과 유연성이 원동력인 것이다.
100만(주최 측 추산) 명의 시민들이 지난12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통정권, 변증을 거부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결단이다. 대한민국의 진일보를 희망했지만 실망과 분노만 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외침인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는커녕 누군가의 꼭두각시로, 또 대통령의 아집으로 철저하게 귀를 막고 자신의 주장만을 밀어붙였다. 세월호 진상조사를 막았고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졸속이었으며 사드 배치는 일방적이었다. 국민의 안전도 외교도, 안보 문제에 대통령은 귀를 막았다.
오는 28일 국정화 역사 교과서가 나온다. 국정화 발표 직후, 서울대 역사학과 교수 382명을 비롯해 전국 70여개 대학 사학과 교수진이 집필 거부를 선언하며 반대를 표명했다. 야권과 시민단체를 비롯해 의사학회, 서울대학교 총회 등 수십 개의 단체가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을 펼쳤지만 정부는 강행했다. 집필진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진일보는 변증에서 시작한다. 변증의 첫걸음은 경청과 소통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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